‘유대인’ 성역 넘지 못하고 50년간 출입했던 백악관서 퇴장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어디에나 성역은 있다. 미국 사회에서 성역의 하나는 유대인이다. 백악관을 50년이나 출입한 전설적인 여기자 헬렌 토마스도 결국 유대인들의 비위를 건드려서 2010년 7월 취재현장을 본의 아니게 떠나야했다.

헬렌 토마스는 2010년 10월 오하이오의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자신이 사과는 했지만, 그 때 자신이 이스라엘에 대해 한 말(“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떠나라”)은 바로 자신의 생각 그대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이스라엘을 비판하고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다음은 헬렌 토마스 스토리.

헬렌 토마스는 1920년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레바논계 이민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1942년 웨인 주립대에서 영문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다음해인 1943년 UPI의 전신인 UP통신에서 주급 24달러짜리 지방방송 기자로 언론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 후 법무부 등을 출입하다가 1960년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당선된 후 케네디 대통령 부인 재클린 여사를 전담하는 백악관 출입기자가 됐다.

그 뒤로 50년간 백악관을 출입했다. 그녀는 기자회견때 마다 단도직입적이고 끈질긴 질문으로 역대 대통령들을 진땀나게 하곤 했다.

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10명의 미 대통령을 취재했던 노기자 헬렌 토마스는 ‘백악관의 고정자산’이란 별명으로도 불려졌다.

지난 2000년 소속사인 UPI 통신이 어려워져 통일교재단의 NWC(News World Communications Inc.)라는 회사로 넘어가자 그녀는 이해 5월 17일 “새로운 소유주하의 UPI에서 머무를 생각이 없다”는 성명을 내고 57년간 일했던 UPI를 떠났다. 

UPI를 떠난지 약 50일만에 그녀는 ‘허스트 뉴스 서비스’의 워싱턴 주재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재개했다. 80세인 헬렌 토마스의 변신은 세계 언론의 관심거리였다.

국내 신문들도 2000년 7월 7일 해외 인물난에 헬렌 토마스가 허스트 뉴스 서비스의 칼럼니스트로 일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일제히 실었다.

헬렌 토마스가 새로 일하게 된 ‘허스트 뉴스 서비스’는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와 ‘휴스톤 크로니클’ 등 미 전역에 12개의 신문과 16개의 잡지사, 27개의 방송국을 소유한 오랜 역사를 가진 언론재벌 허스트 코퍼레이션 소속이다.

그녀는 허스트 뉴스의 칼럼니스트로 백악관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그녀는 주요 언론사의 기자가 아님에도 계속해서 백악관 기자실의 맨 앞자리에 앉는 영광을 누렸다. 또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예전처럼 늘 헬렌 토마스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Thank you Mr. President”(대통령 감사합니다)라는 그녀의 마침 인사로 끝났다.

헬렌 토마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시작한 이라크 전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이라크 전 직후인 2003년 3월 기자회견 때 그녀는 부시대통령에게 “이라크 침공의 이유로 당신이 제시한 공식적인 모든 이유들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내 질문은 이라크를 침공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라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부시는 물론 질문의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려했다.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헬렌 토마스는 2003년 1월 올해의 기자상 시상식 연설에서 이라크 전을 앞두고 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토마스는 자신이 직접 취재했던 역대 다른 대통령들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놓았다.

케네디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미국인이 더 높은 곳을 보도록 만든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호평했으며, 닉슨 전 대통령은, ‘두 갈래 길에서 항상 잘못된 길을 택하는 인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시 부시 전 대통령은 ‘자기 파괴적인 인물’로 평가했다. 스캔들의 대명사 클린턴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란 하나의 신화에 흠집을 낸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헬렌 토마스는 2009년 8월 4일 백악관 기자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생일 케익을 선물받았다.(사진) 오바마 대통령은 우연히도 헬렌 토마스와 생일이 같다. (헬렌 토마스 (2)에서 계속)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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