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초대석 <5> 한장훈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순례(巡禮)에 나선 사람이 어떤 이에게 길을 물으니, “곧장 가면 된다”고 답한다.

옆을 돌아볼 생각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길을 간다.

목적지엔 도착했지만 아무런 깨달음도 없다.

다시 길을 나선 순례자(巡禮者)는 다른 사람을 만나 길을 물었다.

“풀이 무성하고, 물이 깊으며, 산이 험하고, 삭풍이 거센 곳을 찾으라”고 한다.

풀을 베고, 다리를 놓고, 산을 허물고, 움막을 짓는다.

길을 내고 가기 위해.

순례자는 비로소 세상을 새롭게 발견하고, 지혜를 얻어 이를 실천하고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서범(瑞凡) 한장훈 충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69·청주 감초당한의원 대표)은 후자(後者)의 대표(代表)다.

그는 길을 알려주는 대신, 길을 만드는 법을 일러준다. 스스로 경험하고 체득한 진리다. 섭리(攝理)를 깨달음이다. 가난의 처절함을 경험했다. 벗어나기 위해선 꿈을 가져야 함을 깨달았다.

이루기 위해 끝없이 감내하고 노력했다. 이룬 뒤엔 되돌려 주고 나누며 더불어 산다.

정치를 통해, 사회운동을 통해, 봉사와 환원을 통해 스스로에게 기회를 준 사회에 헌신으로 보답하는 사람. 귀감(龜鑑)이요, 본(本)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다.

그를 만나 충청(忠靑)이 공생·공존하는 길을 물었다.

“협(協)의 개념을 이해하고 접근하고 수용하고 실천하면 된다”고 정의한다.

협의·협력·화합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을 통해 가치를 경험하면 된다는 말이다.

충청은 약자이면서 스스로 강해지려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작으면서도 나뉘고 갈라지고 뭉치지 못함도 충청이 힘을 얻지 못한 연유라고 꼽는다. 강해질 수 있고, 힘을 얻을 수 있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적지 않았음에도 대의(大義)보다 소아(小我)에 집착하므로 기회가 부여한 최대치의 이익과 힘을 얻지 못한 것은 충청의 자책(自責)이라고 단언한다. 이해와 배려를 통해 협의하고 협력하고 화합하면 충청은 큰 힘을 갖게 된다는 게 그의 확신이며 제언(提言)이다.

애향심이나 공동체의식이 상대적으로 결여된 젊은 세대를 향한 고언(苦言)을 청했다.

“젊은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기 앞서 기성세대가 먼저 반성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되레 기성세대를 향해 쓴소리를 던진다.

“‘충신은 효자 가문에서 난다(求忠臣 出於 孝子之門)’는 말이 있습니다. 즉, 사회에 헌신하는 훌륭한 사람은 부모의 뜻을 따르고 공경할 줄 아는 데서 비롯되는 법이며, 효자는 궁극적으로 부모가 본이 될 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철학, 사회관을 갖게 하기 위해선 보고 배우며 체득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교육의 모태는 가정이라고 덧붙인다.

기성세대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거나, 자기반성보다 사회에 대한 불만과 비판에 치중하거나,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거나, 일하지 않고 거저 얻으려 하는 나태함을 보이거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서 젊은 세대를 가르치려 든다면 아무런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꼬집는다.

충의 기저(基底)는 효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어른이 모범이 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스스로 본이 될 때, 따라서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세대를 탓하기 앞서 기성세대가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면 교육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명쾌한 해답이다. 알면서 깨닫지 못한 진리다.

교육은 “인간의 기장 기본인 인성과 예의와 충효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말로 귀결된다.

다시 충청으로 돌아가, 충청의 정체성에 대한 답을 구했다.

“인재양성이 첩경이며 유일한 길”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키우고 이들이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자신이 과거 충북도의회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일본 무사시노와 요네자와를 방문해 느꼈던 기억을 떠올린다.

“작은 고장임에도 인재양성을 위한 시스템이 아주 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구축돼 있는 것을 보고 느낀 게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지역이 작아도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되고, 힘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죠. 우리 고장도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또 하나, 선배의 공덕을 재조명하고 이를 계승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충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많다. 그 분들 덕에 충청이 이만큼 성장하고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공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노력이 부족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는 게 그의 소회다.

“이를 통해 후배나 후세들에게 교훈과 교육의 근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충청의 위상을 높이고 충청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한 때 지방정치에 몸담았던 그이기에 지방자치에 대한 길도 물었다.

“정당의 이익이나, 개인의 이익이 아닌 지역이익이 앞서야 한다. 정치가 지향하는 것과, 정치인이 지향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고 달라야 한다. 정치가 정치인을 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이 정치를 변화시켜야 한다.”

대화는 자연스레 지역언론의 역할로 이어졌다.

“사회적 비판과 고발이 언론의 중요한 책무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잘못하는 점과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보다 잘하는 점,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갔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이다.”

비판도 배려와 관용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시작돼야 한다는 게 언론에 대한 그의 조언이다.

언론의 기사 한 줄 한 줄에는 교육적 효과가 숨어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한다.

공이 있고 과가 있다면 언론도 이를 균형있게 평가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며, 공보다 과가 부풀려 평가돼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것도 언론에 부여된 책무라는 설명이다.

“언론의 관점과 시각에서 선과 긍정의 영역이 많아질수록 사회의 건전성과 화합, 지역발전, 교육 효과는 상승할 것”이라고 말한다.

끝으로 지역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충청인은 순박하면서도 용기있는 사람들”이라고 전제한 뒤 “지역사회가 안정되고 화합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선 어른들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의 어른은 스스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거나 어느 일정한 위치에서 대우받으려는 모습보다 자발적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동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역량과 재능, 소질을 살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해 나간다면 후배들에게 교육효과는 물론 충청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이는 충청의 문화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울러 소통과 이해의 중요성도 덧붙인다.

“누구나 자신의 주관과 소신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척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소통이고 화합이다.”

그는 이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이란 중책을 내려놓는다. 그동안 기부문화의 확산과 기부규모의 증대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그 부족함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범장학회에서 채우려 한다.

절망과 고통에서 희망을 잃어가며 좌절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도전의식과 미래에 대한 소망을 선사하기 위해.

그는 오늘도 예(禮)와 협(協)과 충(忠)과 공(共)의 가치를 전파하고 실천하는 헌신으로 충청의 새 길을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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