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초대석 <3> 이원종 전 충북지사

이원종 전 충북지사(68). ‘아름다운 용퇴’로 기억되는 그다. 그는 관선과 민선을 합쳐 충북지사를 세 번 지냈다. 그는 2006년 치러진 제4회 전국지방선거를 몇달 앞두고 ‘3선’의 목전에서 정계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차순위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상 독주의 결과가 나올 때였다. 속담으로 표현하면 ‘떼어놓은 당상’이었다. 그는 정계은퇴선언 번복을 요구하는 수많은 지지자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홀연히 떠났다.

본보 창간 11주년 특집기사를 쓰기 위해 10여차례에 걸쳐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그는 정중히 사절했다. “정계를 떠나 유권자를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냐” 등의 겁박성 말을 쏟아내도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충북과 도민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게 분명하다”는 볼멘 한마디에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비록 이메일이지만 인터뷰에 응했다. ‘영원한 충북지사’로 불리는 그에게 충북 현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정계를 떠난 지 꽤 오래됐는데 어떻게 지내십니까?

무료한 시간이 많을까 걱정도 했었지만 현대판 삼락(三樂)을 즐기다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네요. 삼락 중 첫 번째 즐거움은 후학들에게 강의하는 즐거움이요, 두 번째는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즐거움이요, 세 번째로는 오랜 친구들을 만나는 즐거움입니다.

첫 번째 즐거움을 위해 현재 성균관대학교 국정관리대학원에서 ‘행정학 특강’이라는 과목으로 충북에서 일 할 때 겪었던 과제들을 중심으로 사례연구(Case Study)를 강의하고 있는데 수강생들이 공직 희망자이거나 현직 간부들이 많아서 보람이 큽니다. 그리고 대상이 맞으면 어디든지 특강도 다니고요. 두 번째 즐거움으로는 하고 싶은 일, 취미에 맞는 일만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입니다. 현직에 있을 때는 힘든 일이나 하기 싫은 일까지도 가리지 말고 다 해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고민과 스트레스, 갈등과 긴장 등에서 풀려나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도 분명 현대판 삼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 번째 즐거움으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나 친지들을 만나 모임도 갖고 담소하는 것 또한 큰 즐거움입니다. 때론 의기가 투합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고담준론을 펼 수 있는 벗을 만나는 날은 더욱 즐거운 일이요 시간도 빨리 가더군요.

▶지금 전국 지자체가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오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충북 상황이 어떻다고 보십니까?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중앙집권에 의한 임명제 시절에는 중앙정부의 방침대로 충실히 일만하면 충분했었지만 이제는 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저는 임명직도 하였고 선거직 단체장도 경험했습니다. 선거직이란 주민들이 뽑아주었고 주민들을 위해서 일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자기를 뽑아 준 유권자들이 거는 기대를 이룩해내야 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주민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것이 단체장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사명이며 임기동안 이룩해 낸 성과를 통하여 평가받게 됩니다. 전국의 어느 곳이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역마다 더 좋은 정책,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으며 앞서나가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그러므로 ‘졸면 죽는다’ 는 표현이 어울리는 세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충청북도는 현재 참으로 좋은 여건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업 중심의 전통사회,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도, 외떨어진 머나 먼 곳으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준 수도권, 희망의 땅 첨단산업지대, 바이오산업의 중핵지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인프라가 충북만 한 곳이 어디 있습니까? 사통팔달의 고속교통망과 청주 국제공항, 인근의 세종시 등, 특히 지난번 완공된 오송역에서는 수도 서울까지 30분대에 도달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호기를 맞이했을 때 주춤거리면 안 됩니다.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참신한 생각과 뜨거운 열정으로 앞에 서고 구성원들이 통합된 의지로 힘을 합할 때 충북의 미래는 밝게 열릴 것입니다. 대체로 충북이 도세가 약하다, 인재가 없다 하지만 그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나라들이 인구가 많아서 선진국이 된 것은 아닙니다. 지식산업시대에는 오히려 작은 것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충북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시·군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충북만이 아니라 모든 곳에서 선행되어야 할 일은 통합입니다. 국가적으로는 국민통합, 도에서는 도민통합이 가장 중요합니다.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빛을 발하기 어렵고 능률도 나지 않습니다. 기러기가 작은 몸으로 수만리를 날아가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함께 가기 때문입니다. 앞선 대장 기러기가 날개 짓을 할 때 발생하는 공기의 흐름이 뒤따르는 기러기를 받쳐주는 힘이 되어 먼 길을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목표와 가치관에 일체감을 가지면 강한 조직이 됩니다. 지도자를 중심으로 에너지가 통합될 때 목표는 확실하게 달성됩니다. 또한 충북이 안고 있는 현안 중의 하나는 역시 지역 간의 불균형입니다. 이것은 충북만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과의 문제이기도 하고 각 도들이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 자신도 재직 시절 고민한 문제이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수부도시인 청주시와 청주시를 둘러싸고 있는 청원군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여타 시·군의 발전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불균형은 더욱 커질 뿐만 아니라 상대적 소외감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줄여나가기 위해 고민해야 하고 끊임없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충북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두말 할 나위 없이 바이오산업입니다. 충북은 이미 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벨트를 구축해 놓았습니다. 세계적으로 산업발전 방향이 친환경으로 쏠린 상황에서 다른 지역보다 한발 앞서 갖춰진 인프라는 충북지역의 크나큰 경쟁력입니다. 타 지역에 추월당하지 않도록 역동적으로 활용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합니다.

다음은 사람에 대한 투자입니다. 지식산업시대의 중심 요소는 인재입니다. 인재를 양성해 성장 동력을 찾는 게 순리입니다. 불로장생의 꿈을 찾는 바이오 메디칼 산업의 발전은 물론 김연아나 여자축구대표의 우승처럼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일들도 모두 우수한 인재들이 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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