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초대석- 정종택 충청대학 총장

지난해 2월 충청대학 이사회는 정종택 학장을 충청대학 초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5·6·7대 학장에 이어 4선 째다. 불만의 목소리도 나올 만 할법한데 학교는 너무나 평온하다.

학교법인이 만장일치로 정종택 총장(76·사진)을 선택한 것은 당연했다.

정 총장은 12년 간의 학장시절과 총장으로서 2년여가 흐르는 동안 학내에 특별한 잡음이나 분규 없이 학교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정 총장 취임 후 충청대학은 전문대학 중 최고의 국고지원 대학으로 성장했으며 3년 연속 교과부 우수인력양성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대학으로 선정, 올해만 46억원을 받아 다른 대학의 부러움을 샀다. 특히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최근 5년 간 해마다 90%이상의 취업률을 달성하며 학생들이 찾아오는 대학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이같은 업적에 대학 평가에 그는 “나는 학교의 작은 울타리일 뿐, 모든 일은 교수들과 직원, 학생 등 학내 구성원 모두의 노력 덕분”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장관, 국회의원 등 화려한 이력을 소유하고 이제 후학양성에 열정을 다하고 있는 그를 만나 충북현안과 그동안 살아온 삶의 지혜에 대해 들어봤다.

▶화려한 이력을 뒤로한 채 갑자기 전문대 학장으로 자리를 옮겨 많은 분들이 의아해 했습니다. 특별한 동기가 있습니까?

14년 전 환경부장관에서 물러나며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 한 기자가 ‘이제 무슨 일을 할 계획이신 가요’라고 질문해 ‘고향에 가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면장한번 시켜주면 하겠다’고 말했어요.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당시 오범수 이사장이 연락을 해 와 ‘장관 출신이 전문대학 학장으로 온 전례가 없는데…’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지만 나는‘옛날 정승을 하다가도 고향에 내려가 작은 서당을 운영하는데 (충청대학으로) 가겠다’고 말해 학장에 취임하게 됐어요. 학교는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소신에 나는 학교의 울타리 역할만 할 뿐 인사나 이권에 전혀 개입하고 있지 않아요. 다행이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교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해 준 덕분에 학교가 발전할 수 있었어요.

▶ 이제 총장 임기의 절반정도가 지나셨는데 남은 기간 학교발전에 대한 구상은 무엇입니까?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의 요구에 부응해 차세대 직업교육을 선도할 수 있는 대학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앞으로 전문대학은 교육연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각각의 전공에 따라 2년일 수도 있고 3년 일수도 있고,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4년으로 연장될 수도 있습니다. 물리적인 연수보다 얼마나 현장에 필요한 교육이 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충청대학이 2010년 전문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교육역량 우수대학으로 선정됐습니다. 2008년부터 3년 연속 선정이라는 진기록입니다.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교육운영에 주안점은 사람입니다. 사람중심의 교육이지요. 사람이 사람을 가르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으로 나눠 봅시다. 가르치는 사람은 화합이 제일 중요합니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어요. 가르치는 사람 자체가 전능하지도 않잖아요. 그렇다면 가르치는 사람끼리 서로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상적인가를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대답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잘 가르치고자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고 어떤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인지도 상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즉 교직원간의 소통을 통한 화합이 제일 중요합니다. 여기는 학교이기 때문에 학생이 중심입니다. 학생 중심의 대학이 돼야 하지요. 따라서 학생을 중심으로 한 교육체제구축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문대학 역할로 본다면 취업중심대학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교육을 중시해야 합니다. 직업교육은 현장실무교육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강조합니다.

▶충북지사, 농수산부·환경부장관, 국회의원(3선), 대학총장 중 어느 것이 가장 힘든 것을 뽑는다면?

제일 힘들었던 것은 국회의원이었던 같아요. 민원도 많이 들어오고 지역구 관리도 어렵고…. 체력 관리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 간 각종 국책 사업 유치 등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충청권 공약이던 첨단의료복합단지의 경우 다른 시·도가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결국 대구와 분산 유치하게 됐습니다. 오랜 공직생활을 하신 경험으로 볼 때 충북의 현재 상황은 어떻게도 평가하십니까?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지역경제나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단지 여러 시·도와 경쟁을 벌여 대구와 함께 유치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만큼 작은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충북현안에 대해 거시적인 안목에서 잘 다듬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적인 것에 일희일비하기보단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요청되는 시기입니다.

▶충북이 처한 정칟행정적 상황을 타개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민선4기에 이어 민선5기에도 꾸준히 발전시켜나가야 할 현안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요즘 민선4기와 민선5기의 도정방향에서 충돌하는 양상들이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과거 추진됐던 현안과제를 재검토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책임을 너무 강조하면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정책발굴이나 의욕적인 사업추진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21세기는 창의적인 것이 매우 강조되는 시기로 보입니다. 여기에는 실패를 용인하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정치나 행정 모두 이를 진작시키는데 힘을 써야해요. 지역의 정치 및 행정을 둘러싸고 지역의 사회적 역량을 한데 모으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충북이 처한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역균형발전, 강소기업 육성, 민생안정 등이 민선5기의 주요 정책목표가 되고 있는데 이는 정부에서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난제입니다. 민선5기가 의욕적으로 추진할 의사를 가지고 있어 매우 기대됩니다.

▶이들 시급한 현안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화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됩니다. 사실 시·군별로 많은 국책사업이 대학, 기업, 유관기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사업들이 단편적이고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역별, 광역별로 이들 사업과 사업주체들을 묶고 예산투입 대비 실적을 극대화하도록 조정자(organizer)의 역할이 강화된다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거점기관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비와 지방비가 현재 투입되는 사업들을 통해 지역의 특화산업을 지역의 산학연관이 협력하면서 육성하고 대학 졸업자들을 지역 유망기업이 흡수하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업에서는 인력부족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대학졸업자들의 취업, 민생안정, 강소기업 육성이라는 정책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는 실마리를 풀어야 합니다.

▶충북의 미래 성장을 이끌 차세대 성장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산업적 측면에서 미래 먹거리를 조기에 가시화 시켜 타 지역보다 선점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 충북이 강조하고 있는 태양광산업, LED, 반도체 부문의 비메모리 등이 있습니다. 광역경제권에서 선도산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의약바이오, 의료기기 등도 유망합니다. 지역특화산업, 예를 들면 옥천의 기계부품 및 의료기기 등도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과 맞물려 충북의 미래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최근 정부의 고위직 인사에서 충북출신이 배제되면서 지역 인재 육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구가 적으니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 인사를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힘이 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도의 경우 중앙부처에서 서기관으로 승진하면 후원회가 구성될 정도입니다.

▶충청매일이 창간 11주년을 맞았습니다. 당부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론직필’하는 언론사로서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어 흐뭇합니다. 더욱 성장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여러 언론사가 있다보니 경쟁은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선의의 경쟁으로 서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충북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꿈을 높이 갖고 착실히 하면 모든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특히 청년들은 자기의 장점과 적성을 살려 충북뿐만 아니라 전국을 지도하는 도민이 됐으면 합니다.

 

 

그는 누구인가--   “務本의 표상” 인물평

“도와주는 사람은 열 사람도 부족하지만 원수는 한 사람도 많다.”

정종택 충청대학 총장은 이 옛말을 인간관계가 만사의 근본이라는 것을 교훈이라며 항상 마음에 새긴다.

그는 충북지사, 농수산부장관(33·34대), 정무 제1장관(초대·9대), 국회의원(11·12·13대), 환경부장관 등을 두루 거치며 ‘마당발’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인사, 이권 등과 관련해 일절 청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내무부에서 11년, 청와대에서 3년 등 14년을 한 사무실에서 정 총장과 함께 근무했던 이상룡 전 노동부장관은 “자기의 잣대에 맞추려고 하는 우(遇)를 범할 개연성이 짙기 때문에 인물평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정 총장에 대해선 주저 없이 “무본(務本)의 길을 걸어온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정 총장이 충북지사를 지낼 때 이른 새벽에 일어나 청주 시내 새마을 사업 현장을 자전거를 타고 독려해 ‘청주시장을 겸직한다’는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으나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그저 본분에 힘쓰는 삶, 무본의 길을 걸을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말하면서 들고뛰는 ‘부지런함’, 목표가 설정되면 밤낮을 가리지 아니하고 앞장서 뛰는 ‘책임감’, 자기 희생과 솔선수범을 바탕으로 화합을 끌어내는 ‘협동심’.

인간 정종택이 살아온 진면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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