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초대석 ? 유성종 도산서원 상유사(원장)

“주눅들지 말라. 당당 하라.”

이 시대의 선비이자 충북교육계의 사표인 초하(初河) 유성종 선생(78). 2008년 2월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총장을 끝으로 51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탁족만리유(濯足萬里流·만리 흐르는 물에 발을 씻다)’하고 계신 유성종 선생의 자택을 지난 19일 찾았다.

평생을 읽고, 쓰고, 일터에 나가셨다는 유성종 선생은 “이제는 그 중에 일터에 나가는 일만 빠졌다”며 근황을 소개했다.

그렇지 않아도 서재에 놓여진 컴퓨터 화면을 통해 선생의 근황을 알 수 있었다.

선생은 “요즘에 중국 고전인 사서(四書-중용·대학·논어·맹자)를 다시 읽는다. 좋은 글귀를 추려 ‘사서명언’을 만들고 손자들에게 주려고 한다. 그리고 성경 공부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지역의 원로 분들을 찾아뵙고 충북의 나아갈 길에 대해 여쭙고자 한다”는 인터뷰 목적에 “물러나 숨어 있는 사람이 무슨 의견이 있느냐. 그리고 나이 몇 살 더 먹었다고 원로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선생은 “거창한 문제는 대답하기 어렵지만 몇 가지 간곡히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며 말문을 풀었다.

먼저 충북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에게 대한 고언(苦言)이다.

선생은 “도지사나 시장 같은 지도자들은 큰 문제를 가지고, 대범하게 도전해야 된다. 도로를 예로 들면 뒷골목을 포장하는 것 보다는 6차선, 8차선 도로를 닦는 일에 매진해야 된다. 표를 의식하기보다는 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전임자가 해 놓은 것을 무작정 뒤엎어서도 안된다. 나랏일이나 지방일 모두 정략적이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끌고 나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야기는 충북의 현실로 이어졌다.

선생은 “지난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는 세종시였는데, 충북의 지도자들이 세종시에 모든 것을 다 거는 것은 ‘착각’이다. 충북의 지도자는 충북의 일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충북의 독자적 조건을 면밀히 판단, 이를 바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성종 선생이 판단하는 충북의 조건은 무엇일까.

20년전 충북 단양에서 있었던 초청 특강을 회고하며 설명했다.

그 당시 특강에서 “단양의 산수를 단양의 살 길로 삼아야 한다. 자연 경관을 잘 보존하고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자원으로 삼아야 한다. 길을 낼 때도 산을 깎지 말고 터널을 뚫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같은 소신은 ‘충북의 미러에도 적용된다.

선생은 “충북은 산이 많다. 깨끗한 공기가 있고 맑은 물이 있다. 그걸 팔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충북의 나아갈 길은 ‘문화’에 있다. 관습과 전통, 생활 방식이 어우러진 것이 바로 문화이다. 충북을 살리는 사업을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문화의 집중과 집약’필요성을 거론했다. 현재 모든 분야가 배타와 분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문화 산업은 한 곳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성종 선생의 조언은 충북인과 지역 문화에 대한 자부심에서 기인한 듯 하다.

선생은 “맑은 물이 자랑인 충북에서 생수로 사업하는 사람들이 다 외부사람들이다. 또 서울 사람들 상수원으로 충주댐이 만들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났다. 대청댐도 결국은 대전시민들을 위해 보은·옥천·영동사람들이 희생한 것”이라며 “그런 걸 보면서 외지 사람들은 ‘충북 사람들은 어둑하다’고 평가하곤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는 ‘기회주의적 요령주의자’들이 우리를 평가한 것”이라며 “도덕적으로 가장 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바로 ‘충북인’”이라고 세간의 평가를 거부했다.

선생은 “각종 선거를 통해 보면 전라도 지역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몰표가 나오거나 인접한 충남에서 지역 당이 생기는 걸 보면 충북인들이 얼마나 현명한 지를 알 수 있다”며 “충북인들은 착하고 바른 것이지 멍청한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성종 선생은 ‘충북의 인재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선생은 “인재는 찾는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니다. 자기 편이 아니라고 ‘인재가 아니다’라고 말하면 안된다. 사람은 다 비슷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은 맹자(孟子)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장차 대업을 이루려는 군주는 반드시 부르지 못하는 바의 신하를 두는 것이니, 꾀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나아간다. 그 덕을 높이고 도를 즐김이 같지 않으면 족히 더불어 할 수 없을 것이다(故 將大有爲之君 必有所不召之臣 欲有謀焉則就之 其尊德樂道 不如是 不足與有爲也) 고로 탕 임금은 이윤에게서 배운 뒤 신하로 한 까닭에 힘들이지 않고 왕자가 되고, 환공은 관중에게 배운 뒤에 신하로 한 까닭에 힘들이지 않고 패자가 됐다(故湯之於伊尹 學焉而後 臣之故 不勞而王 桓公之於管仲 學焉而後 臣之故 不勞而覇)’는 구절이다.

선생은 “인재가 필요하면 부르지 말고 가르침을 구하라는 뜻”이라며 “현재 각 지자체에 수많은 위원회가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본다. 지금 충북에 박사가 수 천명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제대로 누굴 청해서 자문을 구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한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았던 유성종 선생은 ‘교육 자캄에 대한 신념도 뚜렷하다.

선생은 “현재의 주민 직선 교육감 제도는 자칫 정치에 매몰 될 수 있다. 교육은 교육에 맡겨야 한다. 반드시 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해야 ‘교육 자캄라고 할 수는 없다. 제도와 방법이 민주적이고 자치적이면 그것이 바로 ‘교육 자캄”라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교육감은 ‘운동갗나 ‘정치갗가 아닌, 학생을 사랑하는 교육행정가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해서는 ‘획일적인 양비론’을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선생은 “상반된 의견을 놓고 대립하는 문제에 대해 신문이나 방송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5천명이 찬성하고, 50명이 반대하는 것에 대해 똑같은 지면을 할해 한다면 공정보도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은 “언론이 기회주의적으로 나가면 안된다. 제 목소리, 제 색깔을 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선생은 “51년 교육 경력 중 교단에 선 것은 10년 밖에 되지 않는 ‘가짜 교육자’였다”고 몸을 낮춘다.

선생은 “자격이 안되는 사람이 장학관, 중등과장, 학무국장, 국립교육평가원장을 했다. 그 기간동안은 그야 말로 가시방석이었다. 살얼음판을 걷는 마음으로 공직생활을 해 왔다”며 “전부 은혜였다”고 회고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