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까지 무심갤러리서 손부남 ‘상생’展

동굴벽화 위에 현대인의 모습과 자연이 새겨졌다. 푸른 숲 아래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고, 한쪽에는 나무가 자라고 동물들이 뛰어다니며 한 공간에 머무는 곳. 자연이다. 어느새 함께 공존했던 자연의 존재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연과 인간이 상생했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자연 속 인간과의 공생과 공존의 관계를 재해석해 화폭에 담아오고 있는 충북지역의 중견작가 손부남의 20번째 개인전 ‘상생’이 14일까지 무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06년 미국에서의 개인전 이후 4년만에 갖는 개인전으로 그동안의 작품과 최근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는 그동안 해왔던 기존 개인전과 달리 ‘선’과 ‘질감’을 강조했다. 마치 인류 최초의 인간들이 동굴 속에 남긴 생활상인 ‘동굴화’처럼 돌가루와 물감을 섞고 굳혀 때로는 흙처럼 거친 표면의 느낌을, 때로는 타일처럼 매끈한 느낌을 배경으로 사람과 나무, 동물 등을 간략하게 묘사하고 있어 옛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로의 여행을 하는 듯한 신선한 충격을 준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사람이 선사시대의 동굴화를 그림으로써 과거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참가하게 된 것이다.

손 작가는 “자연 속에서 인간, 동물, 식물이 더불어 공생 공존하는 모습을 해학적인 표현으로 단순화 하고, 자연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대상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 사물이 갖고 있는 고유의 질감을 살려내 선, 색채와 더불어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충북 진천군 문백면 옥성리로 작업실을 옮긴 그는 자연 속에 놓인 일상속에서 소재를 얻어 자연과 인간이 상생했던 세계의 평화로움을 조화롭게 담고 있다.

물감과 돌가루가 굳어 딱딱해진 바탕위에 새기듯 정교하게 그려진 그림들은 새긴것이 아니다. 지난 10년동안 그만의 독특한 노하우가 결합된 창작기법으로 새겨진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림이다. 그것은 물감을 덧발라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들로 생동하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또 하나 그의 작품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색’이다. 유달리 금색이 눈에 많이 띈다. 펄이 살짝 들어간 고급스러운 금색이 돌과 같은 느낌을 주는 배경위에 얹어지니 동으로 만든 조각처럼 견고하고 세련되게 작품을 장식하고 있다. 마치 그가 말하는 자연예찬에 대해 화려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듯하다.

금색은 본래 신이나 왕들이 사용했던 귀한 색이다. 하지만 배 작가는 금색의 기원을 자연에서 찾았다. 봄에 심은 벼가 누렇게 익어 가을에 만드는 황금빛 들녘처럼 그가 말하는 금색은 자연의 결실과 숭고한 아름다움을 뜻한다.

우리는 알듯 모를듯 항상 곁에서 세상을 채워왔던 자연, 우리 곁에서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자연에 대한 숭고한 예찬으로 빚은 예술이 잊혀져왔던 소중한 자연의 존재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043-268-0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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