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다른 채소 값도 덩달아 뛰었다. 주부들은 요즘 손이 떨려 배추만지기가 겁난다 한다. 매스컴에서도 연일 배추에 관한 얘기로 떠들썩하다. 예년에 비해 포기당 거의 다섯 배나 값이 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도 예년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

이 판국에, 배춧값이 더 올라도 괜찮겠다고 하면 아마 봉변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집 얘기를 들어 보면 사정은 좀 달라지지 않을까?

김치를 잘 먹지 않던 아들이 요즘 들어 식사 때마다 김치를 찾는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애써 먹이려 해도 신 냄새가 난다는 둥, 맵다는 둥 트집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나 요즘은 김치를 맛있게 먹고 주부인 나보다 오히려 김치 걱정을 더 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우리 집은 김치 걱정 하지 않아도 되냐며 묻는다.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김치를 좋아하는 친구가 더 가지러 갔더니 배식하는 아줌마가 김치를 주면서 요즘은 금(金)치라 손이 떨린다며 아껴먹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외면했던 김치의 가치를 제대로 알았나 보다.

우리 집은 작년 가을에 담근 김치가 김치냉장고에 아직 몇 통 남아 있어 올가을 김장때까지는 걱정 없다.

그러나 올해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아 은근히 신경 쓰인다. 타임서비스로 시중보다 30% 싸게 판다는 광고에 시민들이 그 마트 앞에 길게 줄서 있는 광경을 신문에서 봤다. 배추를 사 들고 함박웃음을 짓는 주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사려는 시민들과 사재기를 해서 값이 더 오를 때 팔려는 상인들과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올 여름 잦은 비로 채소 값이 치솟아 국민들을 불안케 하는데 이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우리의 대응에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어느 해는 고추 값이, 어느 해는 마늘, 양파 등이 자연재해와는 상관없이 농민들의 재배 면적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 한다. 이웃나라 일본을 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일본에 잠시 있었을 때 농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은 농민이 원하는 작물이 있다고 해서 아무 농작물이나 재배면적을 임의로 정해 경작할 수 없다.

특히 화훼작물일 경우는 선진농가에 가서 일정한 교육을 받은 다음 그 지역 단체로부터 허가가 있어야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꼭 지역 관청의 승인이 있어야 재배를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어느 지역에 무엇이 얼마나 재배되고 있는 것이 파악되기 때문에 가격안정은 물론 원활한 수급을 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김치는 우리나라 밥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음식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이기도 하다.

조상의 큰 선물인 김치.

올해 기상재해로 배춧값이 턱없이 비싸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때로는 자연재해를 통해 인간이 그 소중함을 깨닫고 있으니 세상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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