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고전의 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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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매일
  • 승인 2010.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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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립무용단 ‘아홉번째 마디’]--김승환<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 충북대교수>
▲ 청주시립무용단의 '아홉번째 마디' 공연모습과 김승환 충북대 교수(원안)

막이 내리고 불이 켜지자 아쉬움의 탄성이 예서제서 흘러나왔다. 그렇게 60분 춤의 향연이 끝났다. 마음과 마음이 치는 물결이 걸음을 재촉했지만 ‘어머니’라는 세 글자가 망막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날 관객이 안고 간 것은 어머니에 대한 감동과 가족이라는 희망이었다. 2010년 9월 16일 목요일, 바야흐로 선선한 바람이 중추절 추석을 휘감던 초가을, 청주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였다.

그것은 바로 청주시립무용단 26회 정기공연 ‘아홉 번째 마디’가 선사한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다. 청주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 박시종 안무가가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하고, 시립무용단 단원 모두가 혼신의 힘으로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의 이미지는 포스터에서 보는 것과 같이, 늙은 어머니의 손이다. 어머니의 풍상과 고난과 눈물과 한숨이 담긴 손은 가족을 지키는 하늘같은 손이다.

1995년에 창단된 청주시립무용단은 그간, 수 많은 공연을 통하여 한국의 전통무용을 선도했으며 정성스런 공연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었다. 공공성과 전문성이라는 두 영역을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예술성과 다양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으니, 무척 대단한 일이다.

이번 공연에서 보여준 박시종 안무의 주제는 가족이다. 삶의 원천인 가족의 사랑, 가족의 화합, 가족의 정신, 가족의 희망이라는 소박하면서도 어려운 주제를 ‘마디’라는 이름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런 역작은 단기간에 탄생하지 않는다. 시립무용단은 일년 반 전에 역량 있는 작가 조주현에게 대본과 연출을 의뢰했고, 60분 전곡의 작곡을 조석연에게 의뢰했으며, 가족과 어머니라는 주제에 맞도록 의상(衣裳), 조명, 사진 등을 준비했다.

몸의 예술인 무용에는 현대와 전통, 서양과 한국의 구별이 없다. 또한 장르의 경계를 두지 않는 것이 현대예술의 특징이다. 박시종 안무자는 그런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고전과 현대의 조화로 무용예술의 형상성을 과감하게 실험했다. 도약이 없거나 많지 않은 한국전통무용과 도약과 역동성을 가진 현대무용을 통섭한 시립무용단 무용수 모두의 기량이 새삼 돋보이는 것은, 이 작품에서 고난도 형상성을 무리 없이 소화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주제로 몸의 미학을 연출하고자 할 때, 특히 고려해야 할 분야가 무대미술이다. 그런 점에서 무대미술과 무대장치를 담당한 이대업의 미적 감각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만하다. 

어머니와 가족은 화려함이나 역동성보다는 조용한 절제가 있어야 가능한 주제다. 다시 말해서, 치밀한 기획과 부단한 연습을 통한 공연으로 무대 전체를 고요한 희망으로 넘치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마디’는 절제된 의상과 조명은 물론이고, 가사(歌詞)의 내용과 무대 운영에 이르기까지 일맥관통하는 일매진 공연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어진 아비를 닮았을까, 선한 어미를 닮았을까’에서 보여준 서정성은 가족의 의미와 인간의 존재론적 가치를 상기하는 상징성이 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현대무용과 전통무용의 조화를 바탕으로 가족과 어머니를 다룬 한편의 서사시이자 서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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