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총기, 담배, 주류회사의 로비스트들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규제가 강화되고 회사의 권한이 축소되기를 희망하는 많은 국민들을 상대로 회사를 지키기 위해 홍보와 로비활동을 하는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였는데 지나치리만큼 충성심 강한 담배회사의 로비스트에게 한 기자가  ‘왜 이런 일을 하느냐’며 묻자 ‘회사에 잡힌 저당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한다. 한마디로 회사에서 봉급을 받으니 충성을 다한다는 것.

최근 우리나라에서 부동산·금융관련 정책 등이 집행되고 논의되는 과정에서 연관된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그 로비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음이 느껴져 서글퍼진다. 고래싸움에 늘 피해는 서민들이 보니까 말이다.

최근 주택거래가 줄고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활성화 대책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정책이다.

쉽게 말해 소득에 비해 더 많은 빚을 낼 수 있게 해줌으로써 부동산 수요를 높여보자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등은 그동안 여러 차례 혼줄이 나서 그런지 가계부채 급증을 걱정하며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눈치다. 반면 국토해양부는 경색된 부동산 시장을 회복시키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생각해 DTI 규제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 가계부채가 700조원을 넘고 그 중 부동산 관련부채가 대부분인데 또 빚을 조금 더 내서 집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서민을 위한 정책인줄 아는 모양이다.

다음달 중에 발행 예정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4조원 규모 ‘토지수익연계채권’의 경우도 그렇다. 발행주관을 맡은 몇몇 증권사들은 이 채권이 확정금리 외에 토지가격 변동에 따라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라며 상품의 장점만을 부각시키는 느낌이 든다.

눈여겨볼 주의사항도 적지 않은데 말이다. LH공사의 6월말 기준 부채는 총 118조원이다.

하루에 이자만 100억원을 내는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이다.

또 확정금리 이상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기초자산 즉 매입한 토지가 향후 비싸게 팔려야 하지만 현재로써는 어떤 토지가 편입될지도 모르고 현재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생각하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총 만기가 10년으로, 길다는 점도 투자시 각자의 재무구조에 맞춰 신중히 생각해야할 요소다. 이렇듯 채권발행과 관련돼 잠재적·현실적 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나 회사 등 투자자가 주의해야할 이러한 점들을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저당’만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당연한 이치이고 논리다. 언제나 한 발 늦게 나오는 보호조치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서민들이 먼저 행동해야 한다.

높은 지식과 잘 갖춰진 금융마케팅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있는 상대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철저히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떠한 경제적 선택의 경우에도 휩쓸리지 말고 기준을 자신에게 둬야 한다.

DTI 정책이 어떻게 변하든 주택이나 상가 구입 등 큰 규모의 지출에 무리한 대출을 이용하는 서민은 이제 거의 없다.

하지만 소리 없는 ‘쩐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민을 위한 ‘진짜 돈’을 모을 겨를을 허락하지 않는 금융정책이나 마케팅은 어느새 서민 생활 깊숙이 침두해 서민의 지갑을 후벼 파고 있다. 이제는 대상이 자녀 세대까지 확대됐다.

휴대전화·집 전화 등의 통신요금체계, 신용카드·신차·자동차 할부금융·학자금 대출 등 우리가 이겨야 할 전투는 너무 많이 있다. 이제는 서민이 공부해야 한다. 여러 경제적 요소나 상황에 대해 검증하고 확인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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