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정우택 지사

   

이별은 ‘추억의 시작’이라 한다.

함께 했던 날들, 함께 이루고자 했던 소망들은 현실에서 기억의 공간으로 옮겨간다.

아쉽다. 미련도 남는다. 까닭에 추억은 늘 재회를 꿈꾼다.

그래서 ‘미완(未完)의 소망’이라 한다. ‘정지된 기억’이기도 하다.

정우택 충북지사가 떠난다.

“지난 4년, 도민 여러분의 성원과 협력 덕에 도정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리며 늘 마음에 간직하겠습니다”라며 도민에 대한 고마움을 먼저 표한다.

그에게 지난 4년은 충북의 현실을 걱정하고 미래를 고민했던 날들이다.

잘사는 충북을 소망했다. 도민 모두가 행복하길 소원했다.

물질적으로도 풍요하고 정신·문화적으로도 여유로운 충북을 원했다.

이런 고민과 소망은 민선 4기를 경제특별도로 만들었고 170개 기업 24조1천213억원에 달하는 투자유치 성과를 일궈냈다. 기업유치는 항구적인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지역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견인할 것이란 신념에서다.

당장 눈 앞에 이상향이 펼쳐지는 것은 아닐지언정, 머지않은 때에 그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이란 믿음은 아직도 확고하다.

기업유치 전략도 산업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 충북산업 지형의 선진화를 이끌어왔다. 바이오 산업 16.8%, 반도체 산업 38.7%, 전기전자융합부품 산업 7.2%, 차세대 전지산업 20.9% 등 충북도가 산업발전을 위해 추구한 4대 전략 산업이 전체 기업유치 성과의 83.6%를 차지한다.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활성화를 도모하고 세계적 메디컬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한 오송메디컬 그린시티 조성 계획도 민선 4기 핵심 성과 중 하나다.

미국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인 PHS를 비롯해 마그넷스쿨, 마이애미대와 부속병원 연구소, 에모리대학병원 암센터 등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기관들과 유치협약을 체결, 밑그림을 완성했다.

이같은 경제 분야의 집중은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승화된다.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오창과학산업단지, 청주국제공항, 증평산업단지를 연결하는 경제특별도의 귀결점이다.

민선 4기, 정 지사가 경제 분야에만 무게를 둔 것은 아니다.

전국에선 처음으로 종합사회복지센터를 설립 운영하는 등 복지 분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도립예술단 창단 등 문화예술 발전에도 기여했다.

인재양성재단 설립은 충북의 열악한 인적 기반을 확충, 충북 발전을 이끌어 갈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

“작지만 강한 충북을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 어느 분야에서건 두각을 나타내며 충북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인재를 키우는 것은 희망찬 미래로 가는 길이다. 그것이 충북의 힘이다” 확고한 그의 신념이자 미래가 묻어난다.

가진 것을 나누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도 실천해 왔다.

사회지도층에 대한 서민의 정서적 반감은 ‘더불어 사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정치인이나 단체장들은 주민 위에 군림하려는 의식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랑을 나누고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늘 실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정치철학이다.

지사로 취임한 후 ‘더불어 함께’라는 익명으로 매달 500만원씩 어린이재단에 후원해 왔고 적십자회비도 매달 100만원씩 기부하는 등 지금껏 기부한 액수만 2억6천만원이 넘는다. 물질적으로만 나눔을 실천한 것은 아니다.

‘복지투어’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 함께 정을 나누고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사랑을 나누며 함께 하는 충북을 만들어 왔다. 그렇게 하나하나 꿈을 이뤄가며 새로운 충북을 소망했다.

그의 소망과 실천은 도민 모두에게 ‘충북이 대한민국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자긍심을 부여했고, 결집된 도민 역량을 동력으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전이(轉移)됐다.

민선 5기에는 그 결실을 거둬 도민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도 정 지사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지난 6·2지방선거는 그의 희망과는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어쩌면 충북만을 생각하고 충북을 위해 쉼없이 달려온 그에게 휴식을 허락했는 지 모른다.

정작 정 지사 자신이나 주변에선 시련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련은 인간을 더욱 강건케 하는 모태다. 새로운 도전과 희망을 준비하는 휴식이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새롭게 조명하며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하다.

지역발전만을 고민해 온 그에게, 잠시 동안 자연인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가족과 화목한 시간을 허락한 도민의 또 다른 사랑이다.

그를 통해 더 큰 충북의 미래를 만들어가길 소망하는 155만 도민의 요구다.

소망은 포기할 수 없는 신념이며, 행복은 신념의 실천이다.

그의 소망은 충북의 미래였고 이를 위해 일할 수 있음은 행복이었다고 한다.

아쉬워하고 상심하기보다 새로운 고민과 실천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오랫동안 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그 사람들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저를 보듬고 안아주고 있습니다. 언제나 가슴 뛰는 삶을 살게 해 주었던 분들. 이것이야말로 저에게 있어 연인이었으며 그들을 통해 삶을 배웠고 그 속에 녹아든 기쁨과 슬픔을 배웠습니다”라고 충북도민의 사랑에 감사했듯, 이번 선거 결과도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희망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받아들인다.

‘인간은 어떤 처지에 있든 영원한 자기완성을 위해 움직일 때만 더 나은 인간이 된다’는 톨스토이의 교훈처럼,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는 그의 좌우명처럼 자기완성과 충북발전을 위해 끝없이 움직일 것으로 믿는다.

‘참 좋은 사람, 참 좋은 친구같은 사람’으로 다시 만나는 날, ‘미완의 소망’을 완성하고 ‘정지된 기억’의 재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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