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부지 1만4천평. 이 중 충북도 소유 부지가 45.6%, 옥천군 소유 부지 33.4%, 교육청 부지 21.0%로서 필자가 근무하는 충북도립대학이 활용할 수 있는 부지는 7천평이 채 안 되는 실정이다.

건물 현황을 보면 대학본관이 지하 1층에 지상 5층, 실습동 지상 4층, 강당동 지상 2층, 학생생활관 지상 5층, 창업보육센터가 2개 동이고 기타 학생관, 수위실 등이며 대학에 필수적인 도서관은 강당동 1층 일부를 사용하고 있고 학생관은 낡고 협소한 조립식 건물을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대학의 부지와 건물은 도내 고등학교의 규모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작년도 우리대학 전체 교수 29명이 관련 전문학회에 발표하거나 게재한 연구논문이 무려 70여편에 이르고 졸업생 취업률이 64%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일 수밖에 없다.

갈 곳 없어 할 수 없이 모여앉아

학기 중 점심식사를 하고 들어오다 보면 학생들이 국기게양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다. 그러나 내막을 알아보니 협소한 도서관을 비롯해 학생들의 편의시설이나 복지시설이 열악한 관계로 학생들이 갈 곳이 없어 국기게양대 앞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수업 후 여가시간에 가 있을 학생회관이 가건물 상태로 되어있을 뿐 아니라 시설도 미비해 이곳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까지 새로운 건물 증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총장으로서의 마음은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업을 마치면 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 바쁘다. 저녁 6시 이후가 되면 우선순위에 의해 기숙사를 배정받아 입사한 학생들 200여명과 부족한 학업 보충을 위해 도서관을 찾는 몇몇 학생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더욱이 방학 중에는 기숙사생들도 모두 집으로 가고 학생들도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다음 학기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나간 까닭에 학교 내에서 학생들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보니 우리대학이 옥천군에 위치하지만 옥천군 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역으로부터의 볼 멘 소리를 듣고 있다. 사실 대학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옥천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면 된다. 이러한 간단한 진리를 이제 대학과 옥천군에서는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옥천군이 1998년 우리대학을 유치할 때에는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유치 후 우리 대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초기의 유치 의욕과는 많은 괴리가 있어 왔으며, 작금의 실상은 우리대학 교수들이 옥천군 발전과제의 연구에 대해 일부 참여하고 있는 정도의 낮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옥천군이 우리대학에 투자를 꺼리는 주된 이유는 우리대학이 지역발전에 큰 보탬이 안 된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을 전향적으로 돌려보면 그 반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대학 학생들이 옥천에 머무를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면 옥천군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전국에는 일곱 개의 도립대학이 있다. 각 대학이 소재 해 있는 자치단체에서는 상생발전을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이고 있다. 그 한 예로 거창대학이 위치한 거창군에서는 13억원을 투자해 학생과 주민이 함께 활용하는 어학생활관을 지어 학교발전을 통한 지역 발전을 도모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옥천군에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옥천군이 지역발전의 큰 틀 속에서 도와 학교와 협의 해 나간다면 이루지 못 할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 과정에서 총장은 나름의 역할을 분명히 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 공동으로 해나갈 수 있는 일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부족한 학교부지의 확장으로 대학다운 교정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기숙사를 지어 원하는 학생은 모두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도록 하고 통학버스는 없애나가는 방향으로 추진된다면 옥천군은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 학교는 운영비가 절감될 것이다. 또한 입학 시 주민등록을 옮기는 학생에게 옥천군에서 장학금을 준다면 옥천군은 인구가 늘어 교부세를 더 받을 수 있고 학교는 장학금이 늘어 국비를 더 받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도립대학 졸업생에 대한 공무원 특채도 옥천군이 앞장 설 때 도나 타 지자체도 적극 협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옥천군은 지역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로서 우리 대학을 적극 활용해야 된다. 이미 옻 산업, 공공디자인, 사회복지 등 분야에 있어서는 협력관계에 있지만 ‘의료산업, 식품산업’ 등으로 그 분야를 적극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옥천군·군의회의 전향적 관심을

이제 3∼4년 후면 입학자원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전국의 대학들이 사활을 걸고 활로 모색에 나설 것이다. 이미 지역의 영동대학교가 일부를 천안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대학도 스스로의 존립을 위해서는 교정을 넓히고, 강의실, 실습실은 물론 학생들을 위한 여가 복지시설 및 도서관 확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도립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청주·청원으로 가야만 한다는 항간의 말들을 영원히 잠재울 수 있도록 누구보다도 지역 발전에 열정을 다 바칠 새롭게 당선된 옥천군수와 새롭게 구성될 옥천군의회에서는 보다 전향적인 차원에서 도립대학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길 기대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