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부 귀농

그건 설옥(雪獄)이었다. 하지만 그건 도시사람들의 시각이다. 금방 왔다가 급히 또 가야하는 도시사람들의 조급한 마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지겠지만 그곳 사람들의 느긋한 마음에는 푹 쉴 수 있는 핑계거리였다. 창빈은 청주라는 도시에서 불과 30분 남짓한 근교에 이렇게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그 이유를 알아보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그곳이 상수원 보호구역이었다. 대전 청주는 물론 논산 이리까지 중부권 1천만 주민의 상수원인 대청댐의 상류다. 그렇기 때문에 일체의 오염행위가  금지됐다.

둘째는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인근지역이기 때문에 관계당국의 감시가 굉장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어도 슬며시 모텔이나 음식점 허가를 내주기도 하지만 청남대 부근에서만은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인근 주민들도 심각한 불편을 겪었다. 내 땅에 집 한 칸조차 마음대로 못 지었으니 공장은 어림도 없었다. 이래저래 자연은 자연 그대로 보존될 수밖에 없었다. 숲은 날로 우거졌고, 물은 갈수록 깨끗해졌으며, 공기도 나날이 맑아질 수밖에 없었다.

대신 땅값만은 오르지 않았다. 청주나 대전에서 이 정도 가까운 곳이라면 아무리 농지라도 수십 만 원을 호가하겠지만 농사짓는 것 말고는 쓸모가 없으니 아직도 4,5만 원대다. 창빈이 이곳을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청주에서 불과 30분 거리이고, 대전이나 천안에서도 한 시간 거리인데도 자연환경은 잘 보존되어있다. 앞으로도 영원히 오염될 가능성이 없다. 이곳이야말로, 자신이 노후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다. 창빈이가 이런 생각에 취해 있을 때 그 친구가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요즘도 재미있냐?”

“무슨 소리야?”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지만 요즘도 춤판을 빠대고 다니느냐는 질문이란 걸 잘 안다.

“요즘은 뭐하냐?”

“그냥….”

평소 잘 묻지 않던 질문이었다. 이 시간에 이곳까지 왔다면 무척 따분할 거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친구는 난처한 질문으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 그가 창빈에게 정색을 하고 요즘 무엇을 하고 지내느냐고 묻는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을 터였다.

“글은 안 써?”

“쓰면 뭐해?”

글을 써도 실어줄 신문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자신을 글쟁이로 인정해주는 친구가 고마웠다. 그의 말이 싫지가 않았다.

“여기 와서 글이나 쓰지?”

“……”

이 질문에 창빈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는 표정으로 창빈을 데리고 컨테이너 박스로 갔다. 야트막한 언덕 위엔 임시로 거쳐할 용도로 갖다놓은 컨테이너가 3동이나 있었다. ㄷ 자형으로 배치된 컨테이너에는 혼자 사는 친구의 살림살이와 농기구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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