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고 있는 제21회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태극전사들의 승전보가 이어지며 온 국민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4일 대회 본격 경기 첫날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이정수 선수가 첫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21살 동갑내기 신예 모태범 선수와 이상화 선수가 각각 스피드스케이팅 남·여 500m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대한민국이 일약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 부상하며 전 세계에 놀라움을 주고 있다.

어제 22일까지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따낸 우리나라가 금메달 7∼9개에 종합 순위 5위까지 바라본다니 참으로 반갑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계올림픽에서의 쾌거와 아쉬움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쾌거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력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첫째 매스컴에서 ‘신인류’라고 까지 불려진 멋진 젊은 선수들이 파워 있는 ‘롱다리’ 체격에 땀 흘리며 운동한 결과이며 둘째는 선진화된 체육 과학에 의한 선수 관리와 지도, 그리고 셋째는 빙상 종목에 대한 파격적인 재정 지원의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는 여름철 해외전지훈련 등으로 엄청난 경비가 들어가는 빙상 경기력 향상을 위해 지난 6년 간 총 163억원을 투자했으며 이러한 재원의 상당 부분을 모 대기업에서 지원했다는 소문이니 그분들도 나라의 명예와 국민의 감동을 위해 큰 일을 한 셈이다.

밴쿠버에서 이어지는 낭보로 기쁨이 많은 가운데 씁쓸하고 서운한 소식도 있었다. 이정수 선수가 금메달을 딴 남자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우리나라 세 선수가 나란히 1·2·3위를 달리다 결승선을 불과 몇 미터 앞두고 성시백과 이호석이 충돌해 넘어진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우리 선수끼리 2위 다툼을 하다가 넘어져 은메달과 동메달을 미국 선수들에게 내어주고 말았으니 그야말로 ‘방휼지쟁’이다.

‘방휼지쟁’에서 蚌은 ‘방합조개 방’이고 鷸은 ‘도요새 휼’로, 조개와 황새의 싸움을 일컫는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인데 옛 중국 趙(조)나라의 혜왕(惠王)이 燕(연)나라를 치려 하자 소대(蘇代)라는 사람이 진언하기를 “오늘 강가를 지나다 보니 조개가 물가로 올라와 햇볕을 쬐려고 껍질을 딱 벌리고 있을 때 황새가 그것을 보고 조갯살을 먹으려고 부리로 찍으니 조개가 놀라 꼭 오므려 황새의 입부리를 물자 황새가 말하기를 ‘내일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너는 햇빛에 말라 죽을 뿐이다’라고 하자 조개도 또한 황새에게 말하기를 ‘내가 내일까지 물고서 놓지 않으면 너도 또한 죽을 뿐’이라고 하며 서로 놓지 않고 싸우자 어부가 둘 다 잡아 얻었습니다. 지금 우리 조나라가 연나라와 전쟁을 하여 둘 다 약해지면 세력이 강한 진(秦)나라에 먹히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라고 하여 전쟁을 막은 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우리 선수끼리 다투다가 메달을 모두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뺏겼으니 방휼지쟁과 다름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동계올림픽 메달 다툼은 그렇다 치고 요즘 세종시 문제를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일도 방휼지쟁과 유사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세종시 원안이나 수정안 둘 다 논리도 맞고 일리도 있지만 그러나 양 쪽 모두 문제점 또한 갖고 있다고 본다.

원안은 9부 2처 2청 이라는 정부 기능의 상당 부분을 세종시로 이전함에 따르는 국정의 비효율과 생산적 자족도시 기능의 미흡이라는 문제점을 부정할 수 없으며 수정안은 지방 균형 발전의 가치를 위해 국회에서 법까지 만들어 확정하고 추진하던 일을 이제와 변경한다는 문제점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세종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원안과 수정안을 주장하시는 분들 양 쪽 모두 자기 쪽의 논리만 주장하던 사고에서 벗어나 자기 쪽 주장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먼저 짚어보고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하며 대안을 세우는 데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세종시 문제, 이제는 지혜로운 결정을

양쪽이 모두 이렇게 사고와 접근 방법의 전환을 바탕으로 하고 만나서 대화하고 타협한다면 세종시 문제도 끝없는 대결의 길에서 밝은 해결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한 접근 방법의 하나로 여당의 어느 중진 의원이 제안한 독립행정기관 이전이라는 제3의 방안도 눈 여겨 볼만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방휼지쟁’에서 양보 없이 싸우던 조개와 황새는 잡혀 죽고 어부가 이득을 보지만 세종시 문제를 놓고 벌이는 외곬수의 끝없는 싸움은, 결국 원안과 수정안을 주장하는 양쪽은 물론 국가와 국민에게 커다란 부담을 주고 역사에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 자명하므로 나라와 정치권의 높은 분들께서 이제라도 자기 주장의 문제점을 먼저 헤아리는 역발상의 슬기로 지혜로운 결정을 하루 속히 내려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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