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찾는 직지 이야기]황정하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장 <2>

   
 
  ▲ 청주고인쇄박물관 황정하 학예연구실장이 고서적에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기록을 찾고 있다. 오진영기자  
 

황정하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1년 365일 ‘직지’와 함께 하루를 연다. ‘직지 찾기’의 최일선에서 직지를 찾는 이들과 동행하며 발걸음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이들은 퇴근시간 없이 언제 어디서나 고서를 향해 발길을 옮기는 그를 ‘직지 감정사’ 라고 부른다.

황 실장은 “직지 찾기운동은 직지를 홍보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며 “수많은 제보 속에서도 ‘직지’가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더구나 직지를 제보받아 찾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직지’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많아 직지를 먼저 바로 알아야 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직지를 찾는 과정에서 직지는 없었지만 지금의 원흥이 방죽이 있는 자리에 있었던 ‘원흥사’에서 찍어낸 가장 오래된 목판본 ‘금강반야바라밀경’을 발견해 보물 제1408호로 지정되고 현재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소장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노력하는 만큼 ‘직지’가 발견되지 않아 그는 아쉬움을 표했다.

황 실장은 “찾으면 100%지만 못 찾으면 0%이기 때문에 직지 찾기가 때로는 붐이 일다가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쉽게 멀어지곤 한다”며 “퇴근 후에도 제보를 받으면 고서를 감정하러 방문한다. 직지 뿐만아니라 어떤 고서도 제보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책 겉표지가 ‘직지’ 일지라도 직지가 아닌 경우가 있으며 ‘직지’ 인데 책 제목이 다르게 적혀있는 경우가 많아 꼭 제대로 된 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직지’라는 말은 조선시대까지 널리 사용되던 흔한 말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책 표지에 ‘직지’라고 쓰여져 있는 고서가 많다. 사서삼경 중에도 중용 안에 ‘중용직지’, 대학 안에 ‘대학직지’가 있다. 실제로 그 당시 ‘직지’라는 말이 ‘손가락으로 바르게 가리킨다’라는 의미로 풍수지리와 의서의 제목으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그는 “진맥을 짚을 때 똑바로 짚어라 등의 뜻으로 직지라는 말은 조선시대에 폭넓게 사용되다보니 책 제목이 직지인 책이 상당히 많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은 인쇄소에서 책 제목까지 찍어서 책이 나오지만 예전에는 책 내용만을 찍어냈고 책 소장자가 겉표지와 제목을 직접 썼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직지’ 책인데도 ‘백운화상직지심체요절’ 또는 ‘직지심체요절’ 등 소장자의 취향에 따라 제목이 다르게 적혀있다.

그는 “직지 책 겉표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우리가 찾는 직지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현재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직지 책 이미지는 현재 발견된 책이 그 한권밖에 없기 때문에 대표성을 지닐 뿐 겉표지가 다를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의 ‘직지’ 책 또한 소장자가 조선후기에 다시 겉표지를 만들었기 때문에 원래 표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때는 ‘직지’찾기가 아니라 제목이 달라도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단어인 ‘흥덕사’ 찾기로 바꾸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또 그는 목판의 경우 한번 새기면 글자 배열을 바꿀 수 있어 한권의 책만을 여러번 찍어낼 수 있지만 금속활자의 경우 각 글자를 하나씩 만들어 배열해 찍어내기 때문에 ‘직지’ 말고도 다른 책들을 찍어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황 실장은 “그렇기 때문에 꼭 ‘직지’라고 쓰여 있지 않더라도 집안에 있는 어떤 고서든지 제보해 달라”고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

“직지를 꼭 찾고 싶다”는 희망을 지난 10여년 한결같이 품고 있는 ‘발로 뛰는 직지 감정사’. 직지를 찾는 그 날까지 그는 고서가 있는 곳 어디든지 출동할 준비가 돼 있다. 그의 눈과 손끝에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직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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