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 음성읍 감우리. 일명 승주골로 이곳을 찾아가는 길은 험하다.
험한 열 구비의 고개를 넘어야 겨우 도달하는 승주골은 젊은 부부와 노부부 등 고작 4명이 살고 있는 초미니 마을. 그나마 젊은 부부는 여름에만 거주하기 때문에 이곳의 터줏대감은 최상위 할아버지(74)와 박정숙(68)할머니.
이들은 40여 년 간 승주골을 지켜 온 터주대감으로 대화조차 나눌 만한 사람이 없다.

집에는 20년 넘은 고물 선풍기와 태엽을 감아야 움직이는 40년 된 벽시계가 승주골과 함께 해 온 지난 세월을 얘기해 주고 있을 뿐이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자연에 순응하는 소박한 삶은 산너머 저 세상에 대한 미련은 조금도 없다. 산을 휘감듯이 해가 뜨고 저녁 노을이 그림을 그리며 사라지는 별천지가 노부부의 삶의 터전이다.

세상과 단절됐다는 적막감과 고독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들은 새벽부터 논·밭을 매고 풀을 뽑을 수 있는 것은 꼿꼿한 허리가 지탱해주기 때문이지만 부지런한 활동이 건강을 유지하는 유일한 비결이다.
또 채식위주로 식사를 하고 밥이 보약이듯이 끼니때마다 밥 한 그릇이 모자랄 정도로 대식가.

자식들은 빚에 쫓겨 하나둘 씩 떠났을 때 노부부는 희망의 싹을 틔웠다.
이들은 집 주변에 은행나무, 목련, 앵두, 으름, 다래, 무궁화, 개나리를 심어 작은 식물원을 만들었고 집 근처 300평의 작은 밭에는 인삼, 더덕, 고추, 참깨, 고구마, 황귀, 도라지, 파, 옥수수 등을 심었다.
가을에 수확한 농산물은 부부가 먹을 제외하곤 3남 2녀의 자식들에게 귀중한 양식이다.

개 두 마리와 오리 두 마리도 이제는 한가족이 됐고 낯선 사람을 봐도 짓지 않는 누렁이도 벌써 산 속 생활의 묘미를 터득한 것 같다.
18살에 시집와 50주년이 된 할머니는 “새댁 때는 엄청 예뻤다”는 남편의 말에 새색시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할머니는 산나물을 뜯다가 호랑이를 만난 이야기 등 전설 속에나 나옴직한 얘기도 그럴 듯하게 들린다.

“도시의 공원에서 하루종일 무위도식하는 노인처럼 못살아. 아침에 눈뜨면 일거리가 천지야. 속썩을 일도 없고 남에게 빚진 것도 없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노부부는 젊은 부부처럼 금실도 좋다.
이들은 구하기도 힘든 솔담배(200원)를 나눠 피우며 황혼기를 젊은이 못지 않게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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