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부 응징

“일어나! 이 개자식아.”

진창은 놈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토막 난 뱀이 아직도 눈을 끔벅이고, 동강난 지렁이가 아직도 꿈틀거리는 것으로 보인다. 진창의 주먹이 불꽃을 튀긴다. 동강난 지렁이를 구둣발로 으깨더니 뱀 대가리를 삽으로 뭉갠다. 이 정도면 죽었을 것이다. 혹시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지 놈을 다시 한 번 패대기친다. 마침내 숨통이 끊어졌는지 조용하다.

“이 개자식아! 넌 개만도 못한 놈이다. 불쌍한 여자들에게 돈을 꾸었으면 제 때 갚는 게 남자의 도리잖아. 꾼 돈을 못 주겠으면 처음부터 못 주겠다고 하던지, 노고저리 개 속이듯 내일 모레하며 도대체 몇 년을 끌었냐?

너 때문에 신세망친 여자가 돈 달라고 쫓아다니는 게 무슨 죄라고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개 패듯 패냐. 너 같은 놈은 법으로 심판할 가치도 없는 놈야. 법은 사람을 심판하는 것이지, 개를 심판하라고 만든 게 아냐.

장사꾼에게도 상도덕이 있고 깡패도 의리가 있고, 창녀에게도 절개라는 게 있는데, 제비라고 지켜야할 도리가 없겠냐? 내가 이 바닥을 너만큼은 잘 모르지만 분명히 제비 세계에도 지켜야하는 룰은 있을 거다.

나이 들어서 잡아주는 남자조차 없는 여자들만 골라서 몇 번 놀아주고는 몸 망치고 돈 뜯는 게 네 직업이냐?

너 같은 놈한테 돈 뜯기고 신세 조진 것만 해도 억울한데,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개처럼 얻어맞기까지 해야 되는 거냐? 너도 인간이면, 네가 과연 개보다 나은 인간이라면 말을 좀 해봐라. 이 개만도 못한 자식아.”

진창은 환상에 취한다. 

‘옳소!’

“아저씨 말이 맞아요.”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으세요.”

사방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아! 그랬었구나.”

뺑이들은 청천하늘에서 갑자기 날벼락이 치는 이유를 짐작하는 모양이다. 도인처럼 맨 날 하얀 옷만 입고 다니던 놈이 지금 천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공포감을 느낀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나 않을까 불안해한다.

하나 둘 꽁무니를 빼기 시작한다. 키다리 한 사장은 꼬꾸라져 있는 남자를 살펴본다. 맥부터 짚어본다. 미약하지만 맥은 뛰고 있다. 여기저기 다치긴 했어도 죽거나 병신이 되진 않을 것 같다. 마른하늘에서 날벼락 치는 소리에 놀라서 잠깐 기절한 것뿐이다.

이 바닥에서 다시 제비사업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삼키는 두 여자가 있다. 아직도 놈에게 얻어맞은 정강이가 아픈지 다리를 절룩거리며 진창에게 다가온다.

“선생님!”

진창은 아무런 말도 없이 넋 나간 사람처럼 서있을 뿐이다. 두 여자는 의자를 갖다 주며 진창에게 앉으라고 권한다.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어떻게 저희들의 기가 막힌 사연을 들으셨는지는 모르지만,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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