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부 응징

아까 그 여자들이다. 그 불쌍한 여자들이 바로 내 옆에 앉아있다. 그냥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럽게 울고 있다. 다른 사람은 못 들어도 진창의 귀엔 그 울음소리가 들린다. 진창은 두 여자에게 말한다.

“저도 같은 처지에요. 오늘부터 저하고도 같이 다녀요.”

여자들은 원군을 만났다는 표정이다.

“제발 좀 도와주세요?”

“그 놈 어디 있어요?”

“저기 있잖아요.”

등하불명이라고 하더니 바로 눈앞에서 놀고 있는 놈을 못 보았다. 저 흰 바지가 바로 그놈이다. 지금 또 다른 여자를 홀리고 있는 중이다.

돌리고 찍고 안고, 돌리고 찍고 안고를 거듭할 때마다 여자는 숨이 넘어간다. 깜빡 죽는 표정을 짓는다.

“저 여자도 며칠 못가겠네.”

옛날 자신들이 덫에 걸렸을 때를 회상하는 것인지, 아니면 조만간 동업자가 하나 더 늘겠다는 것인지, 두 여자들이 나누는 말속에 뼈가 들어있다.

“저 놈은 꼭 나이 많은 여자만 골라서 해 치우더라.”

“젊고 예쁜 여자들이야 저놈에게 넘어가겠어?”

그러고 보니 지금 한창 홀리고 있는 여자도 연상이다. 비록 나이는 들었어도 아주 점잖아 보인다. 물론 춤판에 처음 나온 초짜가 틀림없다.

남편은 직장에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됐을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안정됐을 시기다. 애들도 다 키워놓았으니 시간도 많다.

그런데 힘들게 올라온 정상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 허망감을 채우기 위해 나왔을 것이다. 중년의 일상이 너무 허망해서 좀 더 자극적이고 달콤한 것을 찾아 온 것이다. 도처에 뱀이 우글거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춤판을 헤매다가 저놈에게 걸린 것이다.

진창은 몇 달 후 저 여자의 비참한 모습이 눈에 보인다.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에 맹인이 다가오고 있다. 그냥 두면 틀림없이 차에 치어 죽을 것이다. 희생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벌떡 일어난다.

‘저놈의 지렁이를 구두 발로 뭉개 버릴까?’

아니면 뱀처럼 삽으로 난도질을 할까? 요사스런 혀를 날름거리면서 온갖 감언이설로 순진한 여자들을 꼬이는 저 혓바닥부터 잘라버려야 한다.

뱀은 토막을 내도 살아날 수가 있으니까 난도질을 해서 불태워버리자. 도인 같이 생긴 제비는 춤을 추다 말고는 순진한 여자의 귀에다 대고 뭐라고 속삭이더니 환히 웃는다.

두 사람은 다정히 손을 잡고 주석으로 간다. 진창이도 자석에 끌리는 쇠붙이처럼 따라 간다. 두 여자도 뒤따라온다.

놈은 진창이가 가까이 다가가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 무슨 짐승을 쳐다보듯 한동안 놈을 쏘아보던 진창이 허공에 몸을 날린다.

여자와 함께 기분 좋게 맥주를 마시며 히히덕 거리 던 놈은 비명조차 못 지르고 꼬꾸라진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청천하늘에서 날벼락 치듯 벌어진 일이다. 어둠속에서 충혈 된 눈으로 남의 마누라나 남편을 훔치는데 정신이 빠져 있던 뺑이들이 기절초풍을 한다.

청천하늘에서 느닷없이 내려치는 날벼락에 혼비백산한다. 주석에 앉아있던 손님들은 물론이고, 음료수를 마시던 뺑이들도 벼락을 피해 도망치기 바쁘다. 무대에서 전자오르간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던 악사도 날벼락 치는 소리에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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