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병이 낫지 않거나 결과가 나쁠 때 절망하는 환자나 보호자만큼 의사들도 힘들고 슬럼프에 빠지게 돼요. 환자들과 지내며 알게 모르게 되는 사이에 친구처럼 의지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의사란 단순히 병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환자가족 등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풀어나가는데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이경숙(41) 청주의료원 내과과장은 사회가 제공하는 의사 직분에 대한 각종 혜택보다는 직분이 요구하는 책임과 의무에 비중을 강조했다. 충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지난 92년 내과전문의 면허증을 취득한 이씨는 ‘너는 여자니까 공공의료에 헌신하라’는 스승의 단 한마디 권유로 청주의료원에 입사했다. 3년 버티면 잘 독종이라는 의료원에서 그는 무의탁 노인, 영세환자, 행려병자 등 어렵고 힘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하면서 따뜻한 친절을 베푸는 등 직업적 희생정신을 발휘, 병원 내에서는 ‘슈바이처’로 존경을 받고 있다.

특히 97년 여성진료부장을 맡으면서 적자에 허덕이던 의료원 경영개선에도 힘을 기울였다. 전국 의료원 중 의사연봉제를 최초로 실시하고 임·직원 퇴직금제 개선, 수간호사 폐지, 간호사 직급제 실시 등 각종 제도 개선을 추진한 결과 98년 2억9천500만원, 99년 7억7천만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이 결과 2000년도 행정자치부의 전국 32개 지방공사의료원 경영평가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등 경영성과를 인정받았다.

내과 전문의로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의 종합병원과 개인병원에서 보다 많은 보수와 근무여건을 내세우며 스카웃을 제의 받기도 했지만 이씨는 공공진료를 고집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료원 근무를 자청했지만, 2년 정도 지내고 보니까 정말 의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곳이란 것을 깨달았다. 주변에서는 보다 좋은 근로조건에서 일하라고 권유하지만 대부분 우리 의사가 보살펴줘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의사로서의 성취감도 느끼
고, 아주 만족한다.”

의료원에서 10년째 근무하면서 의료원 직원이나 환자 모두 이씨에게는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친구가 된 것도 보람 중 하나다.

“같이 밥도 먹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다보면 오히려 환자들에게서도 위안을 받는다”는 그는 “진료가 많은 탓에 체력이 없으면 버티기도 힘들다는 것이 의료원이라 끝까지는 있을 수 없겠지만 체력이 있는 한은 이곳에 남아 진료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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