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옆에는 아이들이 있다. 거실에서, 서재에서,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에도 아이는 엄마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엄마는 행복한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로 차갑게 굳어있다.

오는 18일까지 무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2회 여성미술제’는 육아와 가사노동에 지쳐 있는 고단한 여성의 모습을 대면할 수 있다. 현모양처형이 봉건시대의 여성상이라면 현대는 퍼펙트우먼을 요구한다. 가정만 잘 지키면 되던 ‘엄마’는 가정에서도 일에서도 완벽하길 요구하고 그 속에서 여성은 사투를 벌이듯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여성주간을 맞아 여성단체인 충북여성포럼이 마련한 이 전시회는 ‘여성·거울·기억’이란 주제로 여성의 현실과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주고받는다.

전시장 구성은 집안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거실 위에 가지런히 정리된 오디오와 TV수상기, 소파와 옷걸이, 옷장, 싱크대와 그릇 등 생활자재도구가 그대로 옮겨져 있다. 새장 속에서는 ‘nothing’말만 되풀이 될 뿐 아무것도 없다. 박제된 화석처럼 꿈을 접은 고형물질처럼 현실 속의 여성은 아름답지 않다. 면사포를 쓴 신부의 얼굴이나 세수를 하는 여성의 얼굴은 흉칙한 괴물처럼 일그러져 나타난다.

회화와 사진, 설치, 매체미술 등을 총동원해 여성문제의 대안을 풀어간 이 전시회는 여성의 ‘자기 돌아보기’를 주문한다.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을 갖는 일이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하며, 자신을 아는 일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전시를 기획한 박신의 교수(경희대 대학원) 는 “여성미술은 단순히 남성의 대립적 개념이 아니다. 여성을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에서 새롭게 위치 지우면서 여성의 고유한 차별성을 어떻게 실천의 맥락으로 끌어낼 것인가,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가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수 김선희 김정민 손순옥 유혜진 윤은숙 임은수 정소연 씨 등 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