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부 슬픈 여행

박대통령은 2년6개월 만에 경부고속도를 완공했다는데, 김대중 대통령시절에 착공한 고속도로가 어째서 아직도 공사 중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자살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현재까지도 완공이 되지 않는 이유가 뭔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동강 댐이 건설됐어야 했는데….’

그랬어야 수몰민들이 대거 제천으로 이주해왔을 것이다. 그랬어야 땅값도 오르고, 아파트를 짓겠다는 사람도 나타났을 것이다. 청풍호반에 드라마 촬영장이 생겼고, 정선에 카지노장이 개설되었으며, 영월 평창 등 광산촌을 대대적으로 개발한다고도 했다. 이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를 계산해보았다. 그렇지만 몇 개월에 한 번씩 와보는 제천은 변화라곤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금융위기 때문에 아파트 신축도 주춤해졌다. 목에 걸린 가시 때문에 이 낯선 고장의 변화에 운명을 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불쌍하다.

장락 삼거리에서 내린 창빈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아파트단지를 보면서 가슴이 뿌듯하다. 이 땅을 살 때만해도 제천의 변두리였지만 이젠 최고의 주택지로 변했다. 젊은 엄마들이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활기찬 모습이 눈에 뜨인다. 미래가 있는 땅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돈을 빼기위해서는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창빈은 당장 돈이 필요하다.

‘난 너무 지쳐있다.’

창빈의 땅 바로 옆에 신축중인 아파트가 활기차게 올라가고 있다. 한 달 전보다 2개 층이 더 올라갔다. 그 무더운 여름에도 쉬지 않고 공사를 한 모양이다. 지금도 공사장에는 활기가 돈다. 인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각종 중장비들이 굉음을 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1년쯤 후에는 입주가 될 테고, 내 땅도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금융위기 때문에 분양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는 아파트부지로 팔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희망을 찾아보자.

‘이 아파트만 완공되면…’

요즘 한창 유행하는 대형마트를 차려도 되고, 단독주택용지로 분할해서 팔아도 된다. 적정가격을 받으면, 아니 공시지가로만 팔아도 적지 않은 돈이다. 가슴이 붕 뜨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그게 인력으로 되는 건 아니다. 돈은 지금 당장 필요한데 다 늙어빠진 뒤에 수십억이 나오면 뭐하느냐는 생각에 이르자 가슴이 답답해진다. 창빈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수십 억 원의 돈이 들어온다면 무엇부터 할까?’

우선은 한 달에 천만 원 정도씩 현찰이 나오는 시스템부터 만들어 놓아야 한다. 재산은 있지만 현찰이 없어서 억대거지 소리를 듣는 게 지겹다. 매달 천만 원씩만 현금이 나온다면 품위유지는 할 수 있다. 일 년에 한두 번씩은 해외여행도 다니고, 계절 따라 명승지도 두루 탐방할 수 있다. 여기저기 애경사가 있으면 봉투도 두둑이 낼 수 있다. 가끔 동네 경찰지구대나 주민자치센터 등에도 들려서 야식비로 쓰라고 선심도 쓸 수 있다.

‘그 다음엔 뭘 하지?’

시골에 전원주택을 하나 마련하자. 집은 작아도 좋지만 정원수가 잘 가꾸어진 전원주택을 짓자. 물론 텃밭도 좀 있어야한다. 가능하다면 널찍한 야산도 딸려있으면 좋겠다. 뒷산에서 가을에 밤을 따고, 버섯을 따는 재미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시내에다 작은 사무실을 하나 냈으면 좋겠다. 친구들이 오며가다 부담 없이 들려 가는 곳이어도 좋고, 오갈 데가 마땅치 않은 백수들이 모여 점심내기 고스톱을 치는 곳이면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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