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세종시 문제로 연일 시끄러운데 이와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침묵이 사실상 계속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어제 국회 시정연설과 라디오연설에서 세종시 문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청와대에서 가진 조찬회동에서 “충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국가적 발전에 부합하게 신중히 하겠다”는 게 고작이어서 세종시 논란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연말 정국의 뇌관이 세종시인데도 말이다. 정운찬 총리가 운을 떼고 한나라당이 행동으로 불이 붙은 세종시 원안 수정 논란의 해결 열쇠는 국정 최고책임자인 이 대통령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발언이 나오지 않아 실망스럽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주 세종시 문제와 관련, 원안 추진을 거듭 강조해 정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입은 국정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총리실에 일임한 채 말을 아끼는 것은 굳이 대통령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의 말대로 정책은 신뢰가 중요하다. 세종시 같은 일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누가 국가정책을 믿고 따르겠는가. 대통령 단임제인 우리나라에서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현정권에서야 큰 의미가 없을 수 있겠으나 누가 집권을 하든 차기 정권에 두고두고 큰 부담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재집권을 바라보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세종시 원안 추진을 공약한 사실을 들추는 것도 이제는 신물이 나지만 이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길은 약속을 지키는 것뿐이라는 말을 다시 전하고 싶다. 세종시 문제 해결을 위해 이 대통령이 결자해지차원에서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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