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별인터뷰-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56)은 충북 옥천군 안남면이 고향이다. 그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전세금 300만원을 빼내 여직원 1명과 반 지하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초기 실패도 적지 않았다. 그는 정직·신용·노력을 무기로 원화건설(주)을 국내 최고 기업으로 키웠다.

박 회장은 2006년에 이어 지난 10월 재선의 영광을 앉았다. 그는 끊임없이 학습하는 대기만성형이 이 같은 성공을 거둔 것이다. 박 회장의 자서전‘벼랑에 선 소나무’는 그를 잘 함축해 표현했다. 박 회장은 요즘 고민이 적지 않다. 건설업계가 불황에다 제살 깎아먹기식의 출혈경쟁으로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탓이다. 3만여 회원사 중 수주난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부도직전으로 내몰린 회사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중앙회장 재선에 성공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전문건설을 반석에 올려놓을 뚜렷한 목표와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수립하겠다. 불가에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란 말이 있다. 이는 모든 일을 불공을 드리는 심정으로 한다는 말인데, 회원사를 부처님처럼 모시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건설업계가 처한 상황은 힘들다. 그렇다고 절망하거나 포기하면 미래 희망은 더욱 없다.

▶그동안 거둔 성과를 꼽는다면.
3년 전 건설경기는 최악의 상환으로 앞이 캄캄했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회장에 취임 한 뒤 건설업의 고질적 하도급비리를 척결하는 한편 도급기회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당면사항은 ‘주계약자공동도급제’·‘직할시공제’도입활성화였다. 그 결과 주계약자공동도급제는 공공부문 전체로 확대됐고, 직할시공제가 도입됐다. 또 하도급대금 지급여부 확인제도도입 및 직접 지급제 확대, 부당특약방지장치 마련, 단품ES제 적용 확대 등을 통해 하도급업체 권익보호에 기여한 것도 성과다. 그러나 ‘십장(什長)’으로 불리는 시공참여자제 폐지로 회원사들의 경제·행정적 부담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 문제해결이 과제다.

▶주계약자공동도급제는 무엇인가.
이 제도는 종합·전문건설이 공동수급체를 만들어 발주자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말해 전문·종합업체가 원도급자 위치에서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이다. 공사대금을 직접 수령할 수 있어 하도급대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책임감 있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모든 공공부분에 도입됐고, 지금까지 22건 모두 937억원의 공사에 적용돼 발주됐다. 그러나 지자체 공사는 2억원 이상 150억원 미만공사에, 국가공사는 5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 전면 활성화까지는 해결돼야 할 문제가 많다.

▶직할시공제 도입확대란 무엇인가.
이 제도는 발주자→종합→전문으로 이어지는 하도급시스템을 발주자→시공사의 2단계로 줄여 부조리를 없애고 공사비를 줄이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안양 관양 등 9개 지구에 6천150가구를 직할시공으로 시행했고, 2010∼2011년에도 연간 주택건설호수의 5% 범위에 해당하는 보금자리주택건설사업을 직할시공으로 시행한다.

▶시공참여자제가 해결과제로 남았는데 해결방안은.
십장의 시공참여자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근로자를 업체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공사가 연중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채용·해고도 제약이 따른다. 공사가 없는 경우 고정비 부담도 문제였다. 근로자 외지 현장투입은 숙식·식대 등을 부담문제로 시공참여자제 부활은 당연하다. 건강보험공단이 시공참여자 소속 근로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추징과 관련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법원이 보험료부과취소 판결을 내려 혜택을 보게 됐다.

▶적정 하도급 대금 확보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적정 하도급대금확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 4대 보험료 공사원가 반영, 단품ES제 도입, 하도급대금 하도급자 배분확인제 도입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하도급대금지급을 둘러싼 불공정행위는 줄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도 하도급대금 직불 확대 법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종합건설업계가 계약자유원칙침해를 주장했는데, 이는 신의성실 혹은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이 과연 얼마나 지켜졌나 생각해 볼 문제다.

▶산업재해 은폐 관행으로 하도급 피해가 심각하다. 해법을 제시한다면.
건설현장의 사고는 산재처리가 순리다. 그러나 산재 발생시 PQ에서 원도급업체의 감점처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 원도급은 보험처리를 못하게 하고 공상처리를 강요하고 있어 큰 부담이다. 특히 건설근로자의 부주의나 실수로 인한 사고도 공상으로 처리하고, 이를 악용해 고의사고 내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있다. 건설현장과 무관하거나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일어난 재해는 재해율 산정에서 제외하고, 하도급자의 산재은폐 행위시 경고·사법처리 된 경우 원도급자가 평균환산재해율이더라도 1년 간 PQ에서 가점 배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지역건설업계의 불황이 심각한데 대안은 없나.
최근 대·중소 기업간, 수도권·비수도권 업체간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노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물고기를 요리하듯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작은 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큰 것 역시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나 SOC사업의 대다수가 턴키 등의 발주방식이다. 정부는 대·중소 기업간, 수도·비수도권 건설업체에 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건설산업의 지속발전을 위한 방안은.
지금까지 업계의 문제해결을 위해 시장논리·중소기업 보호육성 등 법과 제도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설관련 생산주체간 화합·단결·체질을 자율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문화는 정립되지 못했다. 건설산업의 높은 사회기여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채 생존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건설문화와 건설산업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확립하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다.
또 글로벌화의 가속, 소비자 니즈(needs)의 고도화·다양화, 업종간 경계를 초월한 기술혁신, 기술과 시장의 세분화다양화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건설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올바른 건설문화의 방향은 4가지로 요약된다.
건설산업이 다른 산업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국민, 사회환경과 호흡하는 문화가 돼야 한다. 건설산업의 투명성의 확보는 새로운 건설문화의 시작이다. 그럼 점에서 투명한 산업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존과 화합의 건설문화를 위한 창조노력도 중요하다. 건설산업은 협업산업이고 일방의 시혜적인 차원이 아니라 역할분담을 통해 균형 있게 성장·발전해야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해 핵심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인재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정립돼야 한다. 창조경영의 세계적 권위자인 앨런 로빈슨 은 ‘직원들은 답을 알고 있다’는 저서에서 “진정한 개혁은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나오고 그 원천은 직원”이라고 했다. 건설분야가 젊고 능력 있는 창의적인 핵심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건설업계에 당부할 말은.
건설업계는 두 가지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나는 개발시대의 긍정적인 이미지고, 다른 하나는 비자금·부실공사 등 부정적 측면이다.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건설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고 성장통을 겪는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로 봤으면 좋겠다. 나는 ‘불가능은 없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는데 초심을 잃지 않겠다. 솔직히 임기동안 건설산업의 화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김정원기자 okok916@ccdn.co.kr

건설업계 거인… 사회봉사 앞장

박 회장은 충북협회와 관련해 “도민들에게 충북협회 40년 전통이라는 점이 너무 부끄럽다”고 밝혔다. 그는 “협회는 도민과 출향인 간의 가교역할을 통해 지역의 경제발전과 우수인재육성을 지원해야 했는데 협회의 역할은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전 이필우 회장이 자신이 주최한 행사에 정우택 지사가 참석하지 않자 “박살내겠다”고 한 어이없는 발언은 자신의 입지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협회 분열을 조기매듭을 위해서는 협회관계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면 전 이 회장 등을 만나 초심을 되찾아 화합방안을 찾겠다. 지금은 협회정상화만이 도민의 실망을 치유하는 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고향사랑은 남다르다. 박 회장은 지난해 옥천군장학회에 3천만원, 농촌지역 노인 안마용의자 12대(1천500만원)를 옥천군에 기증했고, 모교(옥천중)에는 매년 1천2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또 보은군에 안마의자 12대(2천200만원)를 기증했고, 서울산업대(후원회장)에 매년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박 회장은 ‘국민과 함께 하는 건설산업’이라는 모토로 전문건설업계의 경험·자산을 활용, 재난발생 시 회원사를 신속히 현장에 투입하는 등 사회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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