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행정구역 통합지역을 가다

현재 청주·청원 통합과 관련된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두 차례나 통합시도가 무산됐고 이번에도 찬성과 반대로 갈린 단체가 각종 사안에 대해 갑론을박, 청주시민이나 청원군민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본보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행정구역을 통합한 충남 천안시와 강원 원주시를 찾아 당시 시·군 거주 공직자를 통해 통합 전 각종 쟁점사안에 대한 여론을 살펴봤다.

충남 천안시는 1994년 천안군과 통합을 시도했지만 주민투표 결과 반대표가 많아 부결됐다. 천안시는 그러나 이듬해인 1995년 재추진해 그 해 5월 10일 마침내 통합에 성공했다.

강원 원주시도 비슷한 시기인 1994년 원주군과 통합했는데 당시 시장, 군수 모두 통합에 적극적이어서 주민투표 없는 ‘자율통합’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통합 이후 10여년이 흐른 2009년 10월 현재, 천안시와 원주시의 현주소는 어떨까. 공직자를 통해 투영된 만족도는 시 지역과 군 지역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시 출신은 긍정적 평가를, 군 출신은 부정적 평가를 했다.

▶농촌지역이 소외된다?

통합이 되면 농촌지역이 소외된다는 말과 관련, 당시 천안시 통합업무를 담당한 임홍승 부성동장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 동장은 “자치단체장의 의지만 확고하면 농촌지역이 절대 소외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통합 전인 1994년 천안군의 지역개발예산이 359억원, 천안시는 388억원었지만 통합 후엔 군지역 647억원, 시지역 597억원 등 농촌지역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자됐다”고 말했다.

천안군 출신인 이충재 시의원은 예산배정보다 정책적 배려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개발이 농촌보다 도시에 초점을 맞춰 통합이 돼도 농촌은 도시지역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지역개발 때 도시와 농촌간 균형을 맞춰야 농촌의 낙후성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주시 출신인 채병두 원주시의원과 원주군 출신인 류화규 의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채 의원은 “통합 후 농촌지역의 각종 농업 기반시설 및 농업소득 증대를 위해 많은 예산이 투자됨은 물론 농업정책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 의원은 “도시 위주의 개발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농촌지역은 외면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류 의원은 더 나아가 “시 중심의 행정주도로 농촌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푸념했다.

▶농촌지역에 혐오시설 집중 설치?

천안시와 원주시 모두 통합 후 농촌지역에 쓰레기매립장 등이 들어선 공통점이 있다. 시 출신이나 군 출신 인사 모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통합 후 도시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군 출신 인사들의 불만이 크다.

천안시 이충재 의원은 “도시가 성장하면 농촌지역에 혐오시설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면서 “도시지역은 땅이 없는 데다 지가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주시 류화규 의원도 군 주민들이 아무리 혐오시설을 반대해도 도시지역이 아닌 군 지역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류 의원은 “원주시가 자동차폐기장, 음식물처리장 등을 시 지역이 아닌 군지역일 경우에 한해 인·허가를 내주고 있어 농촌주민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군 공무원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

인사문제는 인사권자의 의지와 공무원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천안시 임 동장은 “인사는 단체장의 의지에 달려있다. 통합 후 시·군 공무원간 일대일 대등인사를 하다 보니 시 공무원들이 오히려 인사에 불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도 “천안시의 경우 현재 구청장 2명을 비롯해 국장급 90% 이상이 군 공무원 출신이다. 5급 이상 간부 공무원 역시 천안시 공무원은 20%가 채 안된다”고 밝혔다.

원주시 채병두·류화규 의원은 인사는 공무원 개개인의 능력에 달려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채 의원은 “인사는 직원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단체장은 누구를 막론하고 능력 있고 성실한 직원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통합과 인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류 의원은 “통합 후 공무원 수가 동결되면서 신규인원을 전혀 채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면사무소의 경우 30여명이었던 공무원 수가 현재는 10여명으로 줄어 농민들이 행정상 불편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농촌주민의 세부담이 늘어난다?

통합이 되면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주장과 관련, 천안시와 원주시 모두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공시지가가 매년 올라 세금이 인상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천안시 임 동장은 “통합 후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았다. 정부가 시·군통합특별법을 시행해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종전의 세금을 유지시켜 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공시지가의 현실화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이지 통합 때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촌지역이 도시계획에 잡힐 경우 도시계획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전했다.

원주시 채 의원은 “통합 후 법률적으로 세금을 특별히 많이 내는 것은 없지만 시·군간 과표 간극이 좁아져 약간의 차이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류 의원은 “농촌지역의 땅값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반면 공시지가는 매년 인상돼 세금이 증폭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문제가 달라졌다?

천안시 임 동장은 통합 후 시내버스와 택시 요금이 단일화되고 할증이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도 “읍·면 지역을 2∼3개 지역으로 묶는 ‘지역별 순환형 시내버스 운행제’를 도입해 버스요금을 단일화했다. 통합시와 읍·면을 연결하는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무료 환승을 실시했다”고 피력했다.

반면 원주시 류 의원은 “시·군 통합으로 버스요금은 시내요금으로 단일화됐으나 농촌지역의 버스 운행횟수는 줄었다”고 지적했다. 또 “택시도 농촌지역 운행 시 할증이 붙는 등 교통체계가 통합 10년이 지나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업예산과 투자가 줄었다?

농업예산 및 투자는 단체장의 마인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천안시 임 동장의 설명이다.

그는 “통합해인 1995년 농업예산이 1993년 대비 487% 늘었다. 농업생산시설 확충과 호두, 배 특화작목 육성, 읍·면 농특산물 축제 등 농민들의 직접적인 혜택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도 “통합 후 전체예산 대비 농업예산이 차지하는 규모는 작지만 농촌지역에 투입한 농업예산은 통합 전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원주시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채 의원은 통합 당시부터 현재까지 해마다 군 단위의 농업분야 예산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지난해 원주시의 농업예산은 280억원이었으나 올해에는 68억원이 증가한 348억원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류 의원은 “통합 당시인 1994년 농업군인 원주군의 예산은 594억원이었으나 2009년 현재는 285억원으로 대폭 줄었다”고 주장했다. 류 의원은 이같은 감소율을 물가상승률로 따지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군 통합으로 나빠진 점?

천안시와 원주시 모두 통합 후 농촌지역의 공동화현상이 심화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민간 정서적 이질감을 극복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천안시 임 동장은 “통합 후 군청 주변의 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 농촌지역의 공동화현상이 심화됐다. 민간사회단체의 통합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의원도 “택지개발이 도시지역 위주로 이뤄져 농촌지역이 침체됐다. 택지개발시 도시와 농촌 간 안배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시 류 의원도 “각종 문화행사나 복지행정이 군지역이 아닌 도시지역에서 이뤄져 도농간 주민 갈등의 벽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채 의원은 “통합 초기 지역갈등으로 인해 주민간 정서적 이질감이 높아 서로 연대감을 찾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시·군 통합으로 좋아진 점?

시·군 통합 시 좋아진 점으로 천안시 임 동장은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는 광역도시계획수립이 가능해지고 교통과 복지, 문화, 체육시설에 중복투자를 방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통합 후 천안시의 인구가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32만명(천안시 21만6천615명·천안군 10만6천482명)이던 인구가 현재는 23만명이 늘어난 55만명”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도 “통합되고 나서 인구가 2배 이상 늘었다. 통합 후 빠른 속도로 발전해 지역주민의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현재의 분위기를 전했다.

원주시 채 의원도 “농업 및 생활기반시설 확충과 특화산업 집중 투자, 난개발 문제 해결, 농산물 판매망 확보 등을 자족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과 재정능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반면 류 의원은 통합으로 인한 장점이 거의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는 “통합시가 당초 약속했던 농산물 판매 지원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할말이 있다면?

천안시 이 의원은 생활권이 같은 지역은 통합을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구역 통합에 있어 중요한 것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사”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통합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밝혔다.

원주시 채병두·류화규 의원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이들은 “행정구역 통합은 지역주민의 정서와 의견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채 의원은 “정부가 특별교부세, 국고보조금, 특수고 우선지정 등 통합지원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지방의 중앙집권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통합 당시 각 면에 약속했던 예산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불만이 많다. 지금도 일부 읍·면에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에 대해서 성토하는 곳이 있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행안부가 말로는 자율통합을 내세우면서도 내적으로는 지자체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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