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부 수금

세상은 돈 놓고 돈 먹기 같은 도박판 아닌가. 노름 잘 하는 놈이 돈 많은 놈의 돈을 좀 따먹는 게 뭐가 나빠서 양심의 가책을 받느냐고 반문한다.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번 돈을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회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정까지 있는 여편네들이 돈 자랑이라도 하듯, 펑펑 돈을 쓰며 마음에 드는 사내를 매수하는 것을 응징하는 건,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이다. 국가에서도 못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니 국가에서 감사해야할 일이다.

‘역시 사업은 장비싸움이란 말야.’

저게 바로 도깨비 방망이라는 생각을 하며 정우는 공중전화부스를 바라본다. 둔산이나 청주 물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것도 다 저 장비 덕분이었다. 세 번째 물건은 제 발로 걸어들어 왔다. 사업이 번창하려니까 호박이 넝쿨 채 굴러 떨어진다고 흐뭇해한다. 이런 식으로 부지런히 긁어모아서 은행돈부터 해결하고는 아예 이 건물을 사버리자는 생각을 한다.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

못난이는 기가 막힌다는 생각을 하며 은행에서 거금 5천만 원을 찾아 송금하고 있다. 원래 은행 일은 직접 하는 법이 없지만 워낙 보안이 중요한 사안이라서 직접 할 수밖에 없다. 맨 처음 못난이가 불길한 예감 같은 걸 느낀 건 이 주일 전쯤이었다. 황 사장하고 대전에 있는 낙원클럽에 다녀온 다음 날이었다. 남편이 그날따라 일찍 퇴근했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말없이 저녁을 먹고 TV를 보던 남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당신 남자친구 중에 황 사장이라는 사람 있어?”

웬만하면 참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제가 무슨 남자 친구가 있어요? 아는 남자라고는 초등학교 동창뿐이 없어요. 동창모임에도 안 나가니까 요즘은 연락도 안와요.”

“맞아!, 당신하고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하더군. 처갓집도 아주 잘 알던데. 괴산이 고향이라며 당신하구 어릴 때 같이 학교에 다니던 이야기도 한참 하더라구.”

“그래요? 그럴 만한 애가 없는데…. 이름이 뭐라고 해요?”

“이게 그 남자가 놓고 간 명함이야.”

명함은 분명히 황 사장 것이었다.

“누굴까? 기억이 전혀 안 나네.”

황 사장이 남편한테 찾아 갈 리가 없다. 그렇다고 남편 앞에서 전화를 걸어볼 수도 없었다.

불안했지만 내일 남편이 출근하고 난 후에 전화를 걸어보겠다는 생각을 하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 이상한 일은 그 이튿날에도 일어났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도 다 학교에 간 뒤였다. 황 사장한테 전화를 걸어 궁금한 했던 것을 물어 보려고 막 수화기를 들려고 할 때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황 사장님 댁이죠?”

“전화 잘못 거셨습니다.”

처음에는 가끔 잘못 걸려오는 전화라고 생각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왜 하필 우리 집에 전화를 걸어 황 사장을 찾느냐는 궁금증이 일었다. 어제 남편사무실에 찾아 왔다는 남자와 무슨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황 사장한테 전화를 걸어 봐야겠다고 수화기를 드는데 또 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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