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한가위를 맞이한다. 그러나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여파에 정국 혼란까지 겹치면서 사회가 온통 어수선하다. 올 한 해 땀 흘린 결실을 거두고 모처럼 온 가족이 고향을 찾아 정을 나누는 추석이어야 하나, 이번 추석은 귀향길이 무겁기만 하다.

살림살이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반면 빚은 늘어만 간다. 올들어 가계 소득 대비 가계 채무 이자 비용과 사회보장비 지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삶이 버겁다는 말이다. 경제는 호전된다고 하지만 실업률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고용없는 성장’에 청년들의 한숨이 깊다. 추석이라지만 거둘 게 없고 나눌 게 없는 민생은 고되고 힘들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치우친 정쟁에 함몰돼 민심을 외면하고 사회 곳곳에선 이념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갈등과 분열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자기 이익과 독선에 빠져 소통과 나눔은 단절돼 있다. 이럴수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가위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야 할 때다. 한가위엔 감사와 나눔과 만남과 화합과 행복이 담겨 있다. 선조들과 이웃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흩어져 있던 가족이 함께 만나 기쁨과 행복을 나누고, 그 속에서 화합과 우의를 다지며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나보다는 남을,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초월, 민심을 헤아려 어질고 정직한 정치에 전념해야 한다. 개인이나 정당의 이득을 취하려만 한다면 백성은 절망과 고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사회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근로자를 먼저 생각하고, 근로자는 회사를 먼저 생각하는 상생과 고통 분담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가진 자는 없는 자를 위해 자기 것을 내어주고, 없는 자는 가진 자를 시기하고 비난하기보다 그들의 선한 손길에 감사하며 용기를 내야 한다. 이번 한가위를 통해 그동안 단절됐던 서로의 마음이 소통되고, 대립과 갈등이 용해되고, 욕심과 이기(利己)를 버려 나누고 더불어 사는 사회로 돌아가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