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루비(墮淚碑)는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지 5년 후인 1603년 임진왜란 당시 살아남은 부하들이 장군의 덕을 추모해 세운 비석이며 현재 보물 제 1288호로,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고소대(姑蘇臺)에 보존되고 있다. 타루(墮淚)는 ‘눈물이 한 없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충무공 휘하의 병사들이 장군을 얼마나 흠모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비석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새롭게 국가 요직을 맡을 분들의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인사청문회가 있을 때마다 한 사람이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떳떳하게 청문회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길 기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이 시대를 사는 그 어느 사람이라고 흠 하나 없겠는가. 하지만 우리들이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에게 더욱 냉정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이유는 국가로부터 나름대로 여러 각도에서 검증을 거쳐 발탁된 사람이기도 하지만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의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번 인사청문회에서도 대부분 국민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위장 전입이나 탈세, 논문 조작 등의 문제로 인해 또 다시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위장 전입, 탈세, 논문 조작 문제가 항상 도마 위에 오르내리자 정부의 관계관 조차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흘리는 등 이제 이런 문제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직자의 생명은 깨끗한 자기 관리와 봉사 정신이라고 본다. 그러나 취임 전부터 누구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게 드러나고 그런 사람들이 나랏일을 맡게 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한 편으로는 앞으로 인사청문회를 개최할 땐 잘못만 들춰낼 게 아니라 잘 한 일도 함께 거론됐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낱낱이 파헤쳐져 불거져 나오는 고위 공직자 후보들의 낯 뜨거운 비리들을 접하다 보면 그런 비리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바보라고 생각되는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자들이 나름대로 잘 해온 일도 거론하다 보면 마음 한 구석에라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다.

인사청문회 개최의 목적은 분명하다. 국가의 요직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가를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철저히 검증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인사청문회를 하나의 통과 의례로 삼아선 절대 안 된다.

이순신 장군의 부하들은 장군이 돌아가시자 누구 할 것 없이 한 마음으로 타루비를 세우자고 결정했다. 얼마나 장군을 존경하고 그를 흠모했으면 눈물이 한 없이 떨어질 정도라는 뜻이 담긴 타루비를 세웠을까. 장군께선 요즘 나이로는 한참 때라고 볼 수 있는 54세에 전투 현장인 차가운 바다에서 목숨을 거두셨지만 더 없이 장군이 부러운 것은 죽어서도 더욱 당시의 부하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공직자들이 따라야 할 참 모습이다.

이제부터라도 이순신 장군과 똑같지는 않을 지언정 국민들로부터 존경 어린 박수 갈채와 축하를 받으며 나랏일을 떳떳하게 맡을 수 있는 사람이 발탁돼 주어진 기간 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주어진 책임을 다 하고 이순신 장군처럼 타루비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든 국민들로부터 진심으로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런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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