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트로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터넷 뱅킹이 불안하다. 기존의 트로이 목마(Trojan horse)는 컴퓨터 사용자의 자료 삭제, 정보 탈취 등 사이버 테러가 목적인 악성 프로그램이다.

다운로드 파일을 통해 전파되며 사용자가 누른 자판 정보를 외부에 알려주기 때문에 신용카드 번호나 비밀 번호 등이 유출될 수 있어 사용자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프로그램의 이름은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 속에 숨어 기다리다 적국을 멸망시킨 그리스 병사들의 목마 작전에서 따왔다.

즉 상대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게 교묘히 숨어들어 뒤통수를 치는 행태가 트로이 목마를 닮았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바이러스 이름은 절묘해

트로이 목마 작전과 흡사하게 바이러스는 유용한 프로그램으로 가장하여 사용자가 그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숨을 죽이고 있다가 사용자가 의심치 않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순간 사용자의 합법적인 권한으로 접근이 허락되지 않는 정보를 획득한다.

사용자가 누른 자판 정보를 외부에 알려주기 때문에 신용카드 번호나 비밀 번호가 유출되는 사고를 꼼짝없이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나타난 신종 트로이 목마는 기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녀석이다.

슬그머니 컴퓨터에 들어와 눈치 못 채게 숨어 있는 것은 전과 같지만 사용자의 온라인 뱅킹 로그인 정보를 가로채 빼돌리는 신종 해킹 기술을 지녔다. ‘클램피(clampi)’라는 별명이 붙은 이 바이러스는 현재 미국과 영국의 컴퓨터 수십만 대에 기생하여 4천500곳 이상의 금융 관련 웹사이트들을 엿보고 있단다.

사용자가 금융기관 사이트에 로그인하기 전까지는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 발생 전 발각이 어렵지만 일단 인터넷 금융기관 사이트에 로그인하면 아이디와 비밀 번호 등 개인 정보를 포착, 공격자가 운영하는 서버로 바로 전송한다.

클램피의 도움으로 정보를 훔친 공격자는 감염된 컴퓨터에 지시를 내려 자신의 계좌에 돈을 입금시키거나 빼낸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 제 것처럼 결제를 하게 된다.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를 양성하는 악성 웹 사이트가 과거에는 도박 및 포르노 사이트 등에 한정되었으나 새로이 출현한 클램피는 인기 검색 엔진과 블로그, 온라인 잡지 등에서도 전염이 확인되고 있어 문제다.

맥없이 당한 사람은 분통이 터지는 저주할 이름이지만 트로이의 목마는 탁월한 위장술로 사용자를 속인 후 공격하는 바이러스에게 꼭 아울리는 이름이다. 고대 그리스 군과 트로이 군의 전쟁인 트로이 전쟁의 발단은 의외로 단순하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트로이 왕자 파리스는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와 사랑에 빠진다. 적국의 젊은 애송이에게 아내를 빼앗기고 졸지에 오줄 없는 졸장부로 전락하게 된 메넬라오스는 형 아가멤논과 함께 당장 트로이를 치기 위해 나섰는데 그것이 기나긴 10년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리스 군의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트로이 군의 헥토르와 아이네아스 등 숱한 영웅들의 이해가 실타래처럼 얽히고, 게다가 역병까지 돌자 위기를 느낀 그리스의 오디세우스는 소모적 전쟁을 끝내기 위해 계책을 마련하는데 그것이 트로이 목마 작전이었다.

50여 명의 정예병을 숨긴 거대한 목마를 남긴 채 철수한 그리스의 전술에 속아 넘어간 트로이 군은 전리품인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고 승리의 기쁨에 날뛰었다. 한 예언자가 목마가 불길하니 태워버려야 한다고 간곡히 청했으나 흥분한 트로이 군에게 그 말이 들릴 리 없었다. 새벽이 되어 대취한 병사들이 잠에 떨어지자 목마 안에 숨어있던 그리스 병사들이 나와 성문을 열어 대기하던 그리스 군사를 맞았고 트로이는 허무하게 무너지게 된다.

보안관련 업체만 신바람

고대 영웅 서사시에 등장하여 후세에 남아있는 고대인들의 전쟁 이야기에서 비롯된 ‘트로이의 목마’는 그 후 외부에서 숨어 들어온 요인에 의하여 내부가 무너지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이해가 극명하게 엇갈린 트로이 목마 사건처럼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역으로 뜻밖의 이득을 얻게 업종도 있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사, 도박장, 이메일, 전신 송금 서비스, 주식 중개소, 모기지 대출, 정부기관 사이트 등은 비상이 걸렸으나 보안 관련 업체는 예상치 못한 특수를 맞아 연일 주가가 상한가 행진이란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된 난처한 형편인지라 드러내어 기뻐할 수 없으니 표정 관리가 얼마나 힘들 지 상상이 간다. 희비와 명암이 같이 붙어 다니는 것이 오묘한 세상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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