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한국인의 인종 차별에 대하여 사회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동남아인이 길을 물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대꾸도 하지 않았고,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1시간 동안 1명도 없었다. 반면에 백인이 영어로 길을 물어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못하는 영어이지만 친절하게 대답을 하였고, 어떤 사람은 외국인이 물어보는 곳까지 직접 안내하는 친절까지 보여주기도 하였다.

현재 재외동포가 전 세계 176개 국에 약 680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민족의 약 10분의 1이 한반도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있다. 약 230만 명이 거주하는 중국에서 조선족은 소수 민족을 구성하고 있고, 91만 명이 살고 있는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차별은 재일동포로 하여금 일본 식 이름을 선호하도록 만들고 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지에 산재되어 있는 구 러시아 동포도 항상 소수인으로 차별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차별을 당하고 차별을 이야기하면서도 우리가 차별하는 것에 대해선 무감각하다.

우리 대학에 교환 학생으로 온 인도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익히도록 지역 축제에 함께 간 적이 있었다.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옷도 세련되지 못하니 물건 파는 사람들도 대부분 반말을 한다.

한국의 고유 문화와 어법에서 존댓말을 어렵게 배운 인도 학생들이 나를 쳐다보면서 의아해 하니 나로서는 빨리 그 자리를 면하는 방법 이외에 할 것이 없었다.

얼마 전 독일 출신 귀화인 탤런트 이참이 외국 출신의 한국인으로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올라서 매스컴에 오른 적이 있다. 스포츠 스타로 귀화한 외국인이 종종 있었지만 이례적인 일이다. 차별의 단편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차별을 받으면 인간적인 모멸감을 가지게 된다. 나도 인도에 1년 동안 있으면서 피부가 검고 생활 수준도 낮은 인도인으로부터 인종적인 차별을 수 차례 받은 적이 있다.

피부 색과 모양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부당한 말을 듣는다는 것은 낯선 곳에서 커다란 두려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2007년 유엔 인종 차별철폐위원회(CERD)는 한국이 단일 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다양한 인종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호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한국 사회가 다인종적 특성을 인정하고 교육, 문화, 정보 등의 분야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인종 차별이 우리만 가지고 있는 독특한 현상은 아니지만 조금 심하지 않은 가 하는 우려에서 하는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110만 명의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2050년경에는 그 수가 400만 명이 되어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이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농촌의 경우 다문화 가정이 전체 가정의 절반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6년 기준 농촌 총각 가운데 41%는 외국인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09년 통계에 의하면 주민등록인구 대비 음성군(5.9%)과 진천군(5.4%)의 외국인 거주 비율이 전국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피부색이 다르다고 내국인 임금의 50%만 주어서는 아니된다. 얼굴 형태가 다르다고 교육의 현장에서 따돌림을 받는 것을 방치해서는 아니된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한다고 이혼을 쉽게 생각하여서도 아니된다.

성숙한 세계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받은 차별을 그대로 되돌려주기보다는 차별을 없애는 데 앞장 서야 할 것이다. 차별하지 않아야 차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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