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무실 책상 위에는 ‘民惟邦本(민유방본)’과 ‘視民如傷(시민여상)’이라는 글귀가 있다. 오랫동안 교육에 헌신하신 분께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관의 임무를 잘 수행하라는 당부 말씀과 함께 손수 써주신 것이다.

‘民惟邦本’은 書經(서경)의 ‘民惟邦本 本固邦寧(민유방본 본고방령)’, 즉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견고해야 나라가 편안하다”라는 말에서 나왔으며 ‘視民如傷’은 孟子(맹자)의 ‘文王 視民如傷 望道而未之見(문왕 시민여상 망도이미지견)’이라고 해 “주문왕이 백성을 보기를 자신의 상처를 보듯 하였으며 도리를 추구할 때는 그것을 아직 보지 못한 듯 하였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民惟邦本’과 ‘視民如傷’은 현재 경찰이 치안 정책의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성을 다 하는 국민의 경찰’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민생침해범죄 소탕 60일 계획 추진

최근 경제 불황의 그늘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신종 플루의 공포마저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함께 행락철ㆍ추석절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강ㆍ절도 및 조직폭력배 등 생활권 주변의 불법 행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에서는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민생침해범죄에 선제적ㆍ집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9월 1일부터 ‘민생침해범죄 소탕 60일 계획’을 추진 중이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가장 큰 사명으로 하는 조직으로서 민생침해범죄 소탕은 경찰 본연의 임무이자 정책 과제이다. 그간 경찰에서는 수사 역량을 집중해 민생침해범죄 소탕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이번에 추진하는 ‘민생침해범죄 소탕 60일 계획’ 역시 그간 이뤄졌던 치안 활동의 연장선상에 놓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단속은 그 전에 이루어졌던 특별 단속과는 몇 가지 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다. 우선 지역 특성을 고려한 경찰관서 별 맞춤형 민생 치안 활동을 전개한다는 점이다.

즉 도시 지역 경찰서에서는 아파트 및 주택가 빈집털이나 유흥업소 주변의 조직폭력배 단속에 집중하는 반면 농촌 지역 경찰서에서는 농·축산물 절도 예방 및 검거에 주력할 수 있도록 경찰서 별 실정에 맞는 자율적 치안 활동 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실적 경쟁에 따른 무리한 단속으로 오히려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 이른바 수단이 목표화되는 동조 과잉 현상의 차단이 기대된다.

다음으로 장물범 검거 및 피해품 회수 실적을 실적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범인 검거를 목표로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춘 종래의 경찰 수사 활동은 범인을 검거함으로써 경찰 수사의 모든 역할을 다 한 것으로 잘못 이해될 소지가 있다.

사실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범죄가 없었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 즉 원상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최선이자 최상의 결과이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함으로써 그 범인이 법적 제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피해에 대한 원상 회복이 되지 않는다면 응보를 통한 감정의 해소는 될지라도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경찰 치안 정책의 방향이 종래의 소극적인 질서 유지에서 적극적인 복지 치안으로 바뀌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내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이제는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낼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보따리도 찾아주어야 한다.

조선시대에 살인 사건에 대한 지침서이자 법의학 서적으로 원나라의 왕여가 편찬한 무원록(無寃錄)을 교정하고 증보한 신주무원록과 증수무원록이 있었다.

당시 비교적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위해 작성된 책인데 오래전부터 ‘무원(無寃)’, 즉 ‘원이 없게 하는 것’을 수사의 목표로 했음을 볼 수 있다.

억울한 피해자 없게 해야 진정한 경찰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경찰 수사가 지향하는 바이다. 나라의 근본인 국민, 특히 서민을 괴롭히는 민생침해사범을 강력히 척결해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는 것이 진정 정성을 다 하는 경찰상을 구현하는 길일 것이다.

경찰은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친절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의 안정을 이루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

아무쪼록 ‘민생침해범죄 소탕 60일 계획’을 잘 마무리해 충북을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만들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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