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을 인쇄한 곳으로 알려진 흥덕사지에 박물관 시설과 사찰터였음을 알리는 형식적인 조형물만 조성돼 있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흥덕사지는 현재 옛 인쇄문화와 직지심체요절 제작과정 재현 자료 등을 전시하는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세미나실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옛 절터로 추정되는 곳에는 80.05㎡ 규모의 목조·시멘트로 지은 금당과 5층석탑이 조성돼 있다.

일부 시민들과 불교 관련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형식적인 기념물 조성으로 애써 발굴한 흥덕사지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는데다 고인쇄박물관을 찾은 관광객들의 불만만 사고 있어 완전한 사찰로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고인쇄박물관 건립과 함께 89년 말 사용승인을 받은 금당은 철제 불상 1기 외의 시설이 전혀 없고 편액조차 걸려있지 않아 형식적인 기념물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사적지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있는 문화재관리청은 ‘사적지 원형 보존의 원칙’에 따라 사찰복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흥덕사지에 사찰을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은 지난 92년 청주고인쇄박물관 개관직후 대한불교 조계종측이 복원과 관리의 위탁을 충북도와 청주시에 요청하면서 처음 나왔고 직지심체요절과 고인쇄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민단체 등에서 관광자원화 필요성 등을 제기해 다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94년 충북도로부터 고인쇄박물관 운영을 넘겨받은 청주시도 불교계 등의 요청에 따라 흥덕사 복원을 검토했으나 문화재관리청의 반대로 무산됐다.

청주시민회(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직지찾기 운동본부가 99년 마련한 ‘청주고인쇄박물관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흥덕사에 대한 고증자료가 없어도 고려 건축양식에 따라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사찰 복원과 운영에 대한 요구가 계속돼 왔다.

이와 함께 일부 불교 관계자들은 문화재청의 사적보존 정책과 관계없이 특정종교의 반대로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지역문화·관광 활성화 등을 내세우고 있어 흥덕사 문제가 지역 현안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흥덕사의 복원문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으나 시사적지에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시설물을 조성할 수 없다”며 “흥덕사지는 발굴 당시 정확한 절 터 등이 상당부분 훼손돼 있어 당초 사찰의 복원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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