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포도주, 독일의 맥주, 이탈리아의 커피, 영국의 홍차’
각 나라에는 이처럼 기호품을 갖고 있다. 이 기호품은 단순히 애용의 넘어서 그 나라의 국민성과 문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문화칼럼니스트 이광주 씨가 펴낸 ‘동과 서의 차 이야기-놀이와 사교가 있는 풍경’(한길사 刊)는 동·서양의 차 문화를 찾아 떠나는 차 여행 안내서(茶紀行書)다.

차는 전 세계 170여 개 국 몇 십 억 인구가 하루에 20억 컵씩이나 마시는 세계 제일의 음용수다. 이제 이 차는 단순한 마실거리 외에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양인이 갖추어야 할 필수적 요소로 자리잡았다. 세계인을 지배하는 기호품이 된 것이다. 차는 중국에서 태어나 실크로드를 통해 처음 유럽에 전래됐다. 이 기호품은 받아들이는 양태에 따라 지역마다 독특한 차문화를 일으켰고, 저자는 동양이‘놀이’를 본질로 한다면, 서양은 ‘사교’를 특징으로 발전시켜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동양에서 차의 본질은 다선일미(茶禪一味)에 있고, 찻잔과 주전자 등 도자기는 풍취를 높여준다. 하지만 유럽으로 전해진 차는 유럽의 살롱과 카페 등을 중심으로 한 교양적 문화를 양산했다. 이처럼 차 문화는 양태는 다르지만 사람이 있는 곳에 존재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차로 인해 유럽의 생활상은 크게 바꿨다. 차와 커피가 등장하기 전의 유럽의 대표적인 기호품은 와인과 맥주였다. 당시 파리는 연간 103일의 페스티벌로 시민들이 술독에 빠진 채 몽롱한 상태로 지내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차와 커피가 유럽을 바꿔 놓았다. 살롱과 선술집을 카페가 대신했다. 그것은 중세적인 칼과 술의 전사(戰士)문화에 종지부를 찍고 유럽인들이 순식간에 교양인으로 변모하는 순간이었고 우아함을 지닌 고급 사교문화의 탄생을 의미했다.

영국인들은 홍차를 즐겨 마신다. 미국인이 연간 200잔, 러시안이 500잔, 독일인 160잔, 프랑스인이 100잔을 마시는 동안 그들은 1500잔을 마신다. 영국인들에게 커피는 ‘쓴 맛의 검은 물’에 지나지 않는다.
차가 생활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역사적 사건에서도 차는 비껴가지 않는다.

보스턴 차 사건과 아편전쟁이 대표적인 예.
‘보스턴 차 사건’은 차로 인해 발발한 최초의 국제분쟁. 영국이 동인도회사의 차를 식민지 아메리카에서 과세하고 독점·직매하고자 욕심을 부려 차 법령을 제정하자 프랑스·네덜란드에서 밀수한 차를 싼값에 들여와 마셨던 아메리카 사람들이 크게 격분, ‘대의권(代議權)이 없으면 납세 의무도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항의자들은 보스턴만에 정박중인 동인회사의 선박을 습격하고 차상자를 바다 속으로 버렸다. 이 사건이 계기가 돼 1775년 아메리카 독립전쟁이 일어난다. 차세 반대운동이 독립운동으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미국은 차 수입에 한해서는 과세하지 않고 있다.

차의 발달사와 더불어 차를 중심으로 피어난 생활상과 문화양태는 동·서양의 문화에 해박한 저자의 전문 지식이 덧붙여져 흥미진진하게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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