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뭇매를 맞아 온 대기업의 슈퍼마켓 사업 진출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중소기업청이 어제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사업조정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주지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등은 무기한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홈플러스 측도 충북지역의 SSM 추가 입점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힌 것은 상인들이 얻어낸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이 엄청난 자본을 앞세워 동네 상권까지 장악하겠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상인들은 그동안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진출에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조류라는 점에서 참고 견뎌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SSM의 진출을 무방비로 방치했다가는 동네 상권마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발동하면서 상인들은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기업은 상인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그러다 말겠지” 하며 간과했다. 정부와 행정기관이 상인들의 거센 항의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것 역시 SSM 진출을 도왔다. 자치단체들은 오히려 법 타령만 했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봤다. 문제 해결 의지가 없었다는 말이 맞다. 이 점, 비난 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일단 상인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기업의 SSM 출점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조정 권고 내용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SSM 허가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영세 상인들이 안심할 수 있다.

대기업은 지금이라도 국내 유통업계 발전은 물론 지역 상권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내 놓아야 한다. 정부가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조정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넘긴 것은 전적으로 상인들이 ‘계란으로 바위를 쳐’ 쟁취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