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전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김모 할머니(77)가 호흡기를 제거한 후에도 계속 자발적인 호흡을 계속하고 있어 ‘존엄사’와 품위있는 죽음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식물인간 상태였던 김 할머니는 16개월 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연명했다. 가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지난 5월 대법원은 김 씨의 존엄사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병원 측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오래지 않아 김 할머니의 호흡이 중단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호흡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세브란스병원은 대법원의 존엄사 허용 판결이 내려진 후 3단계 존엄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1단계는 뇌사나 여러 부위의 장기가 손상돼 회생이 불가능한 사망 임박 환자, 2단계는 인공호흡에 의존하는 식물인간 환자, 3단계는 식물인간 상태이지만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한 환자다. 병원 측은 1단계와 2단계 환자는 자기결정권, 가족의 동의, 병원윤리위원회 심의 등 이 3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김 할머니는 2단계 환자였다. 만약 김 할머니가 생명을 계속 유지한다면 3단계 환자가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없는 실정이다. 존엄사 허용 판결이 나왔을 때 일각에서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던 것도 이에 관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남은 과제는 의료진이나 환자 가족의 편의성에 따른 생명 경시 풍조를 배제하면서 좀 더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준을 만들어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는 것이다. 어떤 환자를 연명치료 대상자로 할 것인지, 중지할 연명치료는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지, 절차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과정을 통해 존엄사에 대한 통일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와 더불어 말기 환자의 편안한 임종을 돕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돼야 한다. 즉, 호스피스 등 임종 관련 의료서비스의 제공 체계를 확충하는 것이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 살며 사랑하다 죽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에는 죽음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나중에 노인이 돼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자위한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따라서 그 유한한 삶 속에서 진정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이며,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이룰 것인가, 그리고 남은 나의 인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인생의 중요한 문제이다. 또 그것은 동시에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잘 사는 것은 동시에 잘 죽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Well Being과 Well Dying은 동전의 양면성과 같은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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