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정책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매년 입시제도가 변한다는 것이다. 매년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의 비율이 달라지고 심층면접 방법이 바뀐다.

지난해 수능이 쉬운 영역은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 난이도를 조정한다고 한다. 수년간 논란의 소지가 있는 3불제도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

국가 체제의 존재에서 가장 신뢰받아야 할 교육 영역이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부문으로 전락한지가 오래다. 신뢰받아야 할 대학 입시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예측가능한 제도가 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입시제도는 예측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러한 상황이니 고등학교에서 입시지도를 하는 선생님조차 학생에 대해 지도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2009학년도 입시의 가장 큰 변화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전국의 17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에 의해 567명을 선발했다. 내년엔 50여개 대학에서 4천500명 정도를 뽑는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대학들에 236억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단순 수치로 보면 입학사정관에 의해 1명을 선발하는 데 5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된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다고 하니 그 지원금에 눈이 먼 대학들이 너도 나도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입시의 정상화보다는 잿밥에 눈이 먼 대학들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제도가 바뀔 때마다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의 가슴이 타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당국이나 대학이 그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성적보다는 창의력과 잠재능력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하지만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년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의 경우 반년 동안에 새로운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 수험생을 생각하고 입시를 추진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름 있는 서울 지역의 미대가 실기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어떤 대학은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인재지수를 개발해 활용하겠다고 한다.

대학수능을 준비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봉사와 리더십 능력을 요구하고 대외적인 수상 경력을 강조하며 해외여행 등의 견문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고등학생들에게 슈퍼맨이 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오늘날 사회는 수요자 중심이 돼야 한다고 하지만 대학 입시만큼은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의 논리에 따라서 움직일 뿐이다.  

교육 선진국의 입시 제도를 보면 국가적으로 통일된 제도를 근간으로 하면서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통일된 입시제도인 수능을 무시하고 신뢰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별전형, 입학사정관제, 논술시험 등은 수능을 믿지 못한다는 논리의 산물들이다. 통일된 입시제도인 수능을 보완한다는 이야기는 어느 곳에도 없다. 수능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주관식 시험과 시험횟수를 증대하는 방법 등이 있지만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 

입학사정관제는 객관적 판단이 아닌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력과 같은 주관적인 지표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국가의 통일된 제도인 대학수학능력을 믿지 못하는 풍토에서 대학의 자율적 기준에 의한 선발이 신뢰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입학사정관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기관에 대한 신뢰가 앞서야 한다. 대학은 공정한 입학전형을 위한 기본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지원자가 수긍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신뢰가 뒷받침 되지 않는 입학사정관제는 교육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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