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국이 겨울 가뭄으로 몰살을 앓고 있다. 환경부에 의하면 6일 현재 전국 73개 시·군 마을 807곳의 9만9천여 주민이 먹을 물을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남부지역은 물론 충북과 강원도 등 중부지역에 걸친 39개 시·군 275개 마을 2만1천500여명이 고통을 받고 있고 54개 시·군 마을 532곳의 7만7천600여명이 제한 급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전국 강수량이 평년(848.9㎜) 대비 68.2%로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적게 비가 내린 결과이다. 이에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강원 남부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해 놓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도 1951년 이후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호주와 남미 등 전 세계가 날씨의 변화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의 경우 다가오는 농업용수도 문제지만 당장 먹고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물이 부족하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물의 부족을 단순히 가뭄으로 돌리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정부는 아무리 가물다고 하더라도 먹는 물로부터 국민들이 자유스럽게 해줘야 할 것이다. OECD에 가입돼 있고 경제규모가 전 세계의 10위권에 들어있다고 자랑하는 나라가 물이 없어서 다른 지역의 수돗물을 병에 담아서 배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재고돼야 할 문제이다.

정치(政治), 통치(統治)란 단어에 치(治)라는 말이 들어간다. 치는 삼 수(?)변에 별 태(台)로 구성되고 그 어원을 보면 ‘물을 다스린다’는 말이 나온다. 즉 국가를 다스리는 것은 물을 다스리는 것과 같다. 농경 사회에서 물이 없어서 가뭄이 들면 다 죽게 된다. 우리의 전통적인 사상에는 가뭄은 하늘이 정치를 잘못하는 위정자에게 내리는 벌로 생각했다. 이에 태종은 가뭄으로 죽기 전에 왕위를 내 놓았고 음력 5월 10일 죽을 때에도 ‘내가 죽어 넋이라도 살아 있다면 이 날 만은 기필코 비를 내리게 하리라’고 유언을 했고 이후 이 날에 비가 내렸다고 한다. 또 가문 지역의 수령은 동헌의 가운데 기둥에 머리를 찧어 피를 내고 스스로 등짝을 가죽 회초리로 쳐서 피를 흘리는 자학기도로써 비를 빌어 민심을 수습했다는 이야기들이 내려온다. 중앙이나 지방의 위정자들은 이 겨울 가뭄을 가볍게 넘겨서는 아니 될 것이다. 환경부가 이를 위해 소규모수도시설 개량사업 및 농어촌 및 도서지역 등 급수취약지역 식수원 개발사업을 2014년에서 2012년까지 조기 완료하고 현재 45%인 농어촌 상수도보급률을 75%로 높이며 올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겠다는 대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금 한통의 물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의미 없는 이야기다.

우리의 재난정책은 예방보다는 발생한 재난을 복구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재난관리에 있어서 초점은 복구보다는 신속한 대응에, 신속한 대응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둬야 한다. 우리 속담에 “가물에 돌 친다”라는 말이 있다. 가물어서 물이 없을 때에 강바닥에 있는 돌을  치워서 큰물 피해를 막자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대비하는 것이 하기도 쉽고 효과도 크다는 의미다. 가물에 콩 나기로 물 관리가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14조원이라는 자금을 투자해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4대 강 주변에 저수지와 소규모 댐을 만들어 갈수기에 수량을 확보하는 목적도 보인다. 그러나 지금 시범적으로 추진되는 몇몇 사업을 보면 잘 있는 강 주변을 파헤쳐서 고수부지에 위락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들이 보인다. 먹는 물 한통이 요긴한 가뭄지역 사람들에게는 마음까지 타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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