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대전 구암사 지장회 훈련병에 21년째 국수 제공

조계종 대전 구암사 (회주 북천)는 매주 수요일이면 지장회(회장 정산심) 회원들이 국수를 삶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야채와 멸치 등을 넣고 펄펄 끓인 국물에 국수를 휘휘 저어 풀어 넣고, 국숫발이 뽀얗게 올라올 때 건져낸다. 여기에 색색가지 고명까지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김이 모락 모락 올라오는 푸짐한 국수를 맛볼 주인공들은 32사단 호국 대원사(주지 지용법사) 법회에 참석하는 훈련병들이다.

매주 국수를 장병들에게 공양한 회주 북천스님은 군 포교를 위해 모든 정성을 쏟고 있어, 구암사 신도들과 국군불자들 사이에 칭송이 자자하다.

매주 준비하는 국수의 양은 평균 250명분. 21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육수와 국수를 삶았다. 방대한 양이다보니 무쇠 솥도 견디지 못했다. 지금까지 갈아치운 솥만 5개가 넘는다고 한다.

구암사 지장회 13명 회원들(정산심, 여래성, 김양겸, 이재화, 진애경, 강병숙, 유동임, 윤영희, 정종숙, 이소재, 안태균, 윤미옥, 월인행)의 따뜻한 손길이 매주 함께한 21년의 봉사로 처음 국수를 먹고 군 생활을 하던 청년이 지금은 40대 중반이 됐다.

지장회장 정산심 보살은 “장병들이 국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종일 준비하는 과정의 어려움은 없어지고 늘 더 베풀어주고 싶어지고, 부족함에 안타깝다”며 “또 회주 북천 스님의 남다른 군 포교를 위한 노력을 세상에 널리 알려  많은 사찰들이 군 포교에 함께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장회 회원들은 일이 고단할 법도 한데 비가 오나 눈이오나 자식을 찾아가는 어머니의 마음이기에 콧노래가 절로난다.

오랜 활동 때문인지 지장회 회원들은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일을 척척 진행한다.

여래성 보살은 “우리 아들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정성을 들여 음식을 준비한다”며 “훈련병들이 국수를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피곤한 것은 사라지고 행복한 마음만 가득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구암사 회주 북천스님이 군포교의 원력을 세운 것은 1970년대 중반이다.

논산훈련소 훈련병 시절 법당에서 조그만 과자를 하나씩 줬는데 타종교에서 2개를 주는 곳이 있으면 훈련병들이 그쪽으로 많이 가는 것을 자주 봤다며 스님은 먹는 것 때문에 다른 종교를 택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때 스님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군 포교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호국대원사에 수계법회를 지원하게 되면서 그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목표를 하나 하나 꺼내 실현하게 된다.

처음 법회에 참석한 장병들에게 떡과 과일을 풍성하게 제공했는데, 사찰 규모가 작다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아, 적은 비용으로 훈련병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국수를 택했다고 한다.

구암사 회주 북천스님은 “군 포교에 한국 불교의 미래가 달려있다”며 스님들과 불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한편 구암사는 호국대원사뿐 아니라 논산훈련소와 전방부대에도 매년 초코파이 등의 후원을 하고 있으며, 지난달 1일 해맞이 행사에서 구암사를 방문한 3천여명의 대전 시민들에게 떡국을 무료 보시하기도 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