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만 동 주성광교회 목사

항간에 일어난 두 가지 사건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나는 용산철거민들과의 대립에서 가져온 6명이 죽은 사건이고 또 하나는 우리의 이웃같이 지내던 한 사람이 많은 사람을 죽여 매장한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끔직한 사건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민족의 아픔이다.

지렁이 하나를 밟아 죽이는 것도 끔직한데 불에 타 죽고 살인을 저질러 매장을 했다니 어찌 사람으로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38살을 먹은 범인은 살인을 한 후에도 두려움 없이 태연히 일을 하고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살았다고 한다.

소위 그런 사람을 사이코패스(psychopath)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한다. 사이코패스란 양심의 고통이 없이 무자비하게 죄를 범하는 이중적인 사람을 지칭한다. 사이코패스의 존재는 범죄를 통해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라 한다. 평소에는 사람 좋은 이웃일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이코패스가 정신병이 아니라 신체구조적인 결함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막을 수도 없고 치료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려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는 것을 보면 신체적 결함보다 애정결핍이 빚어내는 증상이라고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을까.

현대 사회는 어느 때보다 물질이 풍부한 사회다. 또한 사람들은 물질에 관심이 극대화 돼 있다. 물질 때문에 목숨을 담보로한 일들을 서슴없이 한다. 살아야 한다는 자체가 목숨을 건 일이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작금의 일들은 이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경찰도 철거민도 살인자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그 어느 때보다 사랑과 인정은 메말라 버린 때다. 돈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사랑 없인 살 수 없다. 자녀들에게 돈을 줘야 할 이유는 있어도 사랑을 줄 이유를 찾지 못한 가정이 늘고 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기독교는 복 많이 받고 부자 되라고 가르치는 종교가 아니었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지 예수 믿으면 복 받고 부자가 된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돈을 위해서 예수를 믿고 성공을 위해서 예수를 믿는다. 돈의 축복을 가르치는 교회가 됐다는 것이다.

물질이 없더라도 사랑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 원래 교회의 모습이다. 사랑 속에는 돈이 갖지 못한 귀중한 것들이 있다. 사랑은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다. 없는 자들, 소외된 이웃들, 가슴앓이 하는 사람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랑이 없는 아픔의 시대를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 일간지에 용산 참사로 죽은 경찰특공대원의 아버지가 인터뷰를 했다. 자신도 어렵게 살아왔고 지금도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이라고. 그리고 모두를 용서하고 싶다고 했다. 그 아버지의 애절한 사랑이 한반도를 살리는 귀한 사랑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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