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소의 해다. 농경사회의 전통에서 소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거의 인간과 동등한 지위를 갖기도 했다. 우리의 역사에서 소는 농사의 필수요소였으며 근대 이후에는 자녀 교육의 재원이 돼 가정과 국가발전에 원동력이었다.

지난해에는 이 소가 사회의 중심이 돼 촛불을 밝혔다. 소 같은 소시민들이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소리를 쳤지만 쇠귀에 경 읽기식의 우이독경으로 위정자들은 대응을 했을 뿐이다. 이 소와 관련된 사자성어로 설명할 수 있는 일들이 기축년 소의 해 벽두부터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던 미네르바란 아이디를 가진 인터넷 논객이 전기통신기본법의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긴급체포가 됐다. 미네르바는 지난해 7월 이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리먼 브라더스 파산, 환율 변동 등을 예견하면서 우리사회에 미네르바 신드롬을 가져왔다. 미네르바 신드롬을 가져온 것은 미네르바의 예견이 맞았다는 것보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이를 부추긴 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신뢰의 위기는 한 인터넷 논객과 경제부처 및 검찰의 싸움으로 비화되는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이 논의를 논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법의 잣대로 해결하고자 하니 그 신뢰의 위기가 더 커지는 듯하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미래예측은 전문가들만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오류가 우리 사회의 전반에 깔려 있음을 볼 수 있다. 검찰은 미네르바를 체포하고 보도 자료에서 그가 전문가가 아니고 30대의 전문대학을 나온 백수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 단면이다. 

사자성어에 한우충동(汗牛充棟)이란 말이 있다. 책을 실은 수레를 끄는 소가 흘리는 땀이 많다는 뜻으로 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인터넷 공간은 무수히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한우충동의 공간이다. 대학의 학위, 해외유학이나 중권회사의 근무 경력이 없다고 경제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은 잘 못된 것이다. 

정부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한사람의 인터넷 논객의 입을 막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서는 안 된다. 뿔을 잡으려다 소를 잡아서는 안 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교훈을 새겨야 할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 인간의 기본권인 언론표현의 자유가 침해돼서는 안 될 것이다.

미네르바가 체포된 계기를 준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이라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다’라는 글을 게시한 것이 허위 사실을 유포 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석현 국회의원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26일 은행 간부들을 모아놓고 외환개입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미네르바의 죄명인 허위사실의 유포는 검찰이나 정부의 화우지계(火牛之計: 쇠뿔에 칼을 잡아매고 꼬리에 기름 바른 갈대 다발을 매단 다음 그 소떼를 적진으로 내모는 전술로 생각지도 못한 전술로 적을 크게 이겼을 때 쓰는 말임)가 되지 못할 것이다.

지난 1월 5일 미네르바는 ‘마지막 기댈 것은 결국 희망입니다.’라는 글로 토론방의 글을 마무리 하고 있다. 미네르바가 진정한 논객이었고 가정과 나라의 경제를 진정 걱정한 소 같은 소시민이었다면 그가 받게 될 벌은 구우일모(九牛一毛)가 돼 ‘제가 법으로 받은 처벌은 마치 많은 소들 가운데 하나의 터럭과 같은 것입니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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