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벽두부터 화두는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있었던 신년 국정연설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29차례 사용했다. 그러나 29차례 위기를 외치고 29차례 박수를 받은 신년 국정연설로 위기가 기회가 되고 희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우리에게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고 그 금융위기는 실물경제 위축으로 나타나는 것이 시간문제가 되고 있다. 무수히 많이 발표한 부동산 정책도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녹이지 못하고 있다.

전략에서 가장 훌륭한 전략은 기회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신년사에서 위기를 이야기 하면서 전화위복이란 말을 함께 쓰고 있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가 되고 전화위복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위기를 감춰서는 안된다. 그러나 대통령은 위기를 외치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꿀만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에 대한 잘못된 인지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한 TV에서 국민 대정부 질문에 답변자로 나선 5개 부처 장관들의 답변에서 보면 위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듯했다. 우리의 위기는 IMF 이후 견고한 성장잠재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21세기 지식경제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성장 동력 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경제정책 실패가 세계적 금융위기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이 되는 위정자와 국민 간의 신뢰와 믿음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신뢰의 위기가 문제를 가속시키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사람은 없고 신뢰를 형성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위기가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에게 기회를 줬지만 이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국가적인 위기는 민주당에게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지 못하고 오히려 위기를 확대하고 있다. 오늘날의 경제문제는 단순한 경제논리로 해결되지 않는다. 재정지출을 늘리고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4대강을 파헤친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정치경제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신뢰와 믿음의 민주정치와 이에 바탕을 둔 경제정책이 함께 어우러져야 해결될 수 있는 과제다.

국민들은 선거로 새로운 정권에게 권한을 부여했지만 나무에 올라간 원숭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나무 가지를 흔들고 있다. 정권을 잡은 여당은 자신들과 이념이 틀리다고 하루아침에 정책의 일관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정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야당은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국회의사당의 문을 닫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국회의 문을 닫아서 정권을 재창출 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에서 올바른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막중한 책임을 가져야 할 언론들은 자기 자신들의 이익에 집착해 올바른 비판 기능을 저버리고 있다. 적절한 시기는 얻기 어렵고 기회는 놓치기 쉽다. 우리 모두는 그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기회는 오자마자 순식간에 지나간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에도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놓치게 되면 위기는 위기가 돼서 돌아오게 마련이다. 위기에서 기회는 두 번 문을 두드리지 않는 법이다.

서양 속담에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주어지는 기회보다 그가 만드는 기회가 더 많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는 국가적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신뢰와 믿음을 쌓아가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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