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국의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가 최고시청률 42.7%를 기록하면서 연속 17주간 시청률 1위를 차지하더니 2008년 최고의 드라마로 인정받아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방송영상그랑프리’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고 한다.

갱년기 중년 여성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과 잔잔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뤄 방영 기간 중에도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받았던 드라마였다. ‘엄마가 뿔났다’는 새로운 신조어인 루비(RUBY)족을 드라마로 표현하고 있다. 루비족은 자식과 가족에 헌신하는 과거의 아줌마와는 달리 삶을 다시 신선하게 만들고(Refresh), 평범한 아줌마임을 거부하며(Uncommon), 아름답고(Beautiful), 젊어 보이는(Young) 45~55세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경기불황은 국민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로의 탈출 구멍을 막아버렸다. 일상의 삶으로부터의 탈피가 아닌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전반기를 장식한 촛불이 채 꺼지기도 전에 원유 값의 상승은 가계를 얼어붙게 했고 후반기에 불어 닥친 세계 금융위기는 수출과 내수를 막아버렸으며 환율 상승은 흑자 부도와 기러기 아빠들의 허리를 휘게 하고 있다. 국민들이 삶으로부터 탈출할 구멍이 막혀버린 것이다.

공공부문이나 민간기업이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연일 구조조정을 한다고만 한다. 구조조정은 경쟁력 없는 부분을 제거하게 되고 기업으로 하여금 문 닫는 곳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한 부분 가진 것을 나눠 가지겠다는 생각은 없다. 내년에는 공공부문이나 민간부문이나 충원을 줄인다는 계획만 내 놓고 있다. 가진 것을 줄여가면서 같이 나눠 가지겠다는 이야기는 없다. 일자리를 나눠 갖고 적은 봉급이지만 나눠 가지겠다는 생각이나 정책은 없다. 가진 사람들은 IMF의 학습에 의해 더 많이 가질 기회만을 노리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명분으로 가진 사람들을 위해 세금 감면에 관심을 갖고 가진 사람들의 부동산 노름을 부추기는 데 힘을 쓰고 있다. 뿔난 국민들의 고통과 잠 못 자는 밤을 같이 해야 할 국회는 본회의장 문을 닫아버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소파와 의자를 쌓아 놓고 대화를 단절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울화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삶에 지쳐 막장 국회에 뿔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정치인들과 위정자들은 국민들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명분과 논리가 아닌 실리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 

‘엄마가 뿔났다’는 커피와 빵, 명품으로 치장하는 가진 사람들의 상류계급과 일상의 삶과 갈등 속에서 애환을 풀어가면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계급적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정당은 달라도 권력을 갖고 힘을 가진 정치인들이 하루 벌어서 하루를 살아가는 쪽방사회의 애환을 알리가 없고 공단에서 문을 닫은 중소기업 사장들의 한숨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가진 사람들이고 힘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 것만을 지키는 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무자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2009년 기축년 소의 해에 묵묵하게 일하고 주는 것만 받아먹는 소처럼 일하는 서민과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삶으로부터 탈피해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희망의 정치, 희망의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정당의 명분과 자기중심의 정치로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위정자들과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신뢰는 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희망만큼은 줘야 할 것이다. 

뿔난 국민들이 일상의 삶으로부터 여유를 갖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2009년은 희망의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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