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놀이패 열림터 ‘말뚝이 vs 말뚝이’ 공연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조선의 10대 임금 폭군 연산. 자신의 폭정을 비방하는 훈민정음으로 된 격문이 나돌자 연산군은 훈민정음으로 된 모든 책과 그 자료들을 불태워 버리고 만다.

한글보다 한자를 중시했던 조선시대의 양반들의 모습을 빗대 또 한번 영어에 자리를 내준 세태를 해학과 익살로 꼬집으며 한글의 한과 눈물을 신명으로 어루만진다.

극단 놀이패 열림터가 창작마당극 ‘말뚝이 VS 말뚝이’를 13일까지 소극장 연극창고 새벽에서 해학과 풍자의 놀이판을 벌인다.

이번 마당극은 지난 5월 초연된 창작마당극 ‘위민정음’을 모태로 창작된 작품이다.

‘위민정음’이 연산군 시절 훈민정음이 분서사건으로 사라질 위기에서 탈광대가 훈민정음의 창제원리가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을 불길 속에서 구해내 말뚝이 탈로 만들어 후대에 전하게 되면서 한글의 비밀이 밝혀지는 내용이라면, ‘말뚝이 VS 말뚝이’에서는 훈민정음 사용을 중지시키는 연산군과 맞서는 백성들의 이야기다.

‘말뚝이 VS 말뚝이’는 전통연희인 탈춤의 형식을 차용해 전통 탈춤의 걸쭉함과 우리 춤의 아름다움이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절묘하게 만나 극적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표정이 돋보이는 다양한 창작 탈과 배우들의 익살스런 재담이 탈춤과 어우러진다. 총 4마당으로 1마당 ‘가갸거겨’, 2마당 ‘괴문서’, 3마당 ‘뚝아 뚝아 말뚝아’, 4마당 ‘나도 말뚝이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골 마을 양반네 잔치 집에서 놀이판이 벌어지면서 무대가 막이 오른다. 광대부부인 칠득이와 분네는 흥을 돋우기 위해 놀이판에 불려나가 양반들의 비리를 풍자하는 춤과 재담으로 잔치판에 모인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이때 놀이판을 못 마땅하게 여기던 시골 양반은 참지 못하고 놀이판을 깨뜨리고 칠득이와 분네가 천박한 훈민정음을 퍼트리려 한다는 엉뚱한 죄를 물어 곤장을 친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선비가 나서서 시골 양반에게 훈민정음과 한자 중 어느 것이 더 사람들의 말을 잘 적을 수 있는지 내기를 제안한다.

한편 연산군의 폭정을 비판하는 훈민정음으로 된 벽서가 종로 네거리에 나붙자 국법으로 훈민정음의 사용을 중지시킨다. 조정 대신들과 포도청의 관리들은 범인을 잡기위해 죄 없는 백성들을 괴롭히며 횡포를 부린다. 이에 칠득이와 백성들은 훈민정음을 지키기 위해 맞선다.

극단 놀이패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연산군의 분서사건을 통해 당시 백성들의 삶 속에서 배우기 쉽고 쉬운 한글이란 어떤 의미였는지, 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글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며 현재의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하고자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임오섭씨가 연출을 맡았으며 박미숙, 박찬희, 김창곤, 이충하, 이성희, 진유리, 김성연, 오세아, 구혜민, 신태희씨가 출연한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6시. 일반 1만5천원, 청소년 1만원. (☏043-211-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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