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경제 뿌리째 흔들린다 <2> 휘청이는 실물경제

500만원이 필요했던 직장인 우모씨(39)는 최근 모 시중은행 대출 창구를 찾았다.

마땅한 담보 물건과 이렇다할 거래실적이 없었던 우씨는 우여곡절 끝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로 했다.
금리는 무려 연 13.6%. 울며 겨자 먹기로 우씨는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우씨는 “은행 창구 직원 말이 연 13.6%도 지점장 전결로 감지덕지 해야 한다는 어투로 대출을 해줬다”면서 “은행의 문턱이 이렇게 높아서야….”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기업·가계 모두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빠르게 전이되면서 지역경제는 그야말로 ‘그로기’ 직전이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와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적으로 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있지만 실제 시중금리는 기대만큼 내리지 않고 있다.

여전히 7%대의 고금리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8.2%에 이른다.

수신금리가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출금리(부동산담보기준) 역시 CD금리+2∼2.25%로 연 7∼8% 고금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노골적인 금리인하 압력에 시중은행들 서로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은 은행 나름대로 변명하고 있다.
‘내 코가 석자’라는 것이 금리 인하 및 돈을 풀지 않는 은행들의 가장 큰 변명이다.

여기에 정부의 압력이 자칫 은행의 자율경영과 나아가 시장의 자율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청주지역 한 시중은행 A 차장은 “정부가 아무리 수신금리를 내리고 대출을 많이 해 주라고 압력을 넣어도 은행은 은행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대출을 많이 해 주면 그만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그만큼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여전히 고금리로 예금을 끌어 모으고 돈을 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지점장 B씨는 “정부가 은행들에게 금리인하 및 대출에 대한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풀릴 문제는 아니다”면서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돈의 상당수가 주식형 펀드에 묶여 있기 때문에 은행에 돈이 없다. 은행도 돈이 있어야 대출을 해 줄게 아니냐”고 현 유동성 위기 상황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시중의 자금 흐름을 원활히 하려면 지금 보다 더 과감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여기에 부실 책임을 대출 창구 담당자 또는 지점장에게 묻는 은행들의 내부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고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했다.
저축은행 역시 심각한 구조조정 한파에 시달릴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저축은행의 PF대출 사업장 899곳에 대한 직접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대출액의 12%인 1조5천억원 규모가 사업성이 없어 부실해진 ‘악화우려 사업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은행들이 오히려 자금 유동성을 겪고 있다보니 은행들은 돈을 풀지 않고 있고 기업들은 운전자금 부족, 대출 원리금 부담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멀쩡한 기업까지 넘어지고 국가 경제 전체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자금 면역력’을 지닌 대기업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지역 영세 중소기업들 및 실물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고사직전이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실물경제 침체로 대기업 납품물량은 줄고, 대금 결제 지연, 이자 부담 가중, 운전자금 부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개인들은 가계의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반면 개인들의 신용카드 사용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개인들이 신용카드로 가계살림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신용카드 사용건수는 하루 평균 1천182만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 늘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에 그쳤다. 실질소득이 정체 또는 감소한 것은 지난 2005년 3분기(-0.2%)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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