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잘한다!’판소리 추임새에 단골로 나오는 소리다. 추임새란 판소리를 할 때 고수가 흥을 돋우기 위해 중간에 넣는 조흥사(助興詞)를 일컫는다. 추임새는 ‘추어주다’에서 나온 것으로 ‘정도 이상으로 칭찬해주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최근 영어회화로 유명했던 민병철 교수 등이 중심이 되어 판소리의 추임새처럼 일상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칭찬하고 돕는 ‘추임새 운동’을 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이의 일환으로 악플 대신 ‘선플 달기 운동본부’가 만들어져서 운영되고 있다.

과거 우리의 선비들 가운데에는 일곱 모가 난 주사위를 손아귀에 굴리며 살았는데, 그 일곱 면에는 사(謝), 인(忍), 찬(讚), 과(過), 책(責), 위(   ), 방(謗)의 일곱 자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보면서 하루에 감사하는 말을 세 번 하라, 홧김에 나오는 말을 세 번 참아라, 칭찬하는 말을 세 번 하라, 잘못했다는 말을 세 번 하라, 세 번만 꾸짖지 마라, 세 번만 탓하지 마라, 세 번만 헐뜯지 마라는 일곱 교훈을 실천하고자 노력하였다고 한다.

대학 농구에서 51연승의 무패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중앙대 감독 김상준 씨는 경기 도중 실수한 선수에게 다그치지 않는 유일한 감독이라고 한다.

축구 감독으로 대한민국의 신화를 창조한 히딩크 감독도 코칭스태프에게 내린 첫 번째 주문은 ‘절대로 선수를 질책하지 말라’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삶은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추임새에 대해 너무도 인색하다. 가정에서 아이들은 ‘안 돼’, ‘그것도 못해’, ‘하지 마’ 라는 기를 꺾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소리에 묻혀 산다.

매일 접하는 신문과 매스컴에는 서로 비난하는 글과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가 반대당이라는 명분을 지키고자 상대방이 잘하는 일이 있어도 잘했다고 칭찬하지 않는다. 지난 정권에서 잘 한 것이 있을 터인데 모든 것을 부정하려 하고, 여당의 좋은 의견에 긍정하는 야당 의원을 본 적이 없도록 만들고 있다. 남북이 한민족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에 대한 추임새에는 인색하다. 비난과 비방이 판치는 사회에서는 일을 하기보다는 핑계를 찾고 핑계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일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으니 넘어 질 수밖에 없고, 가상에 시나리오를 만들어 남을 씹으니 씹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잘게 부숴 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추임새를 놓는 사람들까지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하니 추임새가 자리할 곳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매일 비난의 도마 위에 올라와서 난도질당하고 있는 장관들에게 힘내라고 추임새를 하는 사람들도 인터넷 댓글에서는 죽일 놈이 되는 세상이 되고 있다.    

하기야 판소리에서 추임새가 들어가는 곳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추임새가 들어가면 제 소리를 듣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얼씨구!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일을 잘해야지 잘한다! 라는 추임새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너무 칭찬에 인색하고 추임새로부터 멀리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얼씨구! 잘한다! 라는 추임새는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핵심이 되는 철학이고 사회 구성원이 함께 참여할 때 나오는 소리이며, 때로는 저항과 화해의 소리인 것이다. 한국의 문화는 신바람의 문화이다. 멍석을 깔고 관중이 함께 어우러져서 신바람의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추임새 넣는 것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칭찬과 격려가 아이를 강하게 만들듯이 추임새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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