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거리엔 붕어빵 장수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어도 그 속에 있는 단팥의 달콤한 맛이란 추운 날씨에 서민들의 시린 가슴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4만원짜리 산채정식에 산채가 없다면 울화통이 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사이 관광지에 가면 안내소에는 안내원이 없고 특산물 상점에 가면 중국산 기념품만 있다. 맛 집을 찾아 전국을 다녀도 모두가 원조 간판이니 어디가 원조 인지 알 수가 없다. 원조에 원조가 없는 것이다. 이러하니 100% 순 진짜 국산 참기름이라고 써 놓더라도 믿지 않는 세상이 됐다. 지역이 하는 일에도 이러한 일들이 비일 비재 하다. 직지 축제에 직지가 없고 무술 축제에 무술이 없고, 화랑축제에 화랑이 없으니 축제가 동네잔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붉은 색으로 칠한 자전거 도로에 자전거가 없고, 해마다 열리는 취업박람회에 취업이 없다.

지방의 국제공항에 국제선이 없고, 보건진료소에 전문의가 없고,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만들고자 하는 테마파크에 테마가 없고, 모든 것을 다 하고자 하는 발전계획에는 예산이 없다. 속빈 강정이니 모두가 식상할 일이다.

중앙정부에서 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지난달 30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발표한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을 보면 수도권 규제 완화만 있고 지방발전은 없다. 국토이용 효율화가 아닌 국토불균형방안이다. 현 정권의 국토개발 구상인 4대 초광역권 개발 계획에 충북과 중부권은 없다. 지난 정부 동안 지역균형발전에 의해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지역의 꿈을 산산이 부숴버린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은 지방이 잘되는 것을 보지 못하는 놀부 심보 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계획하고 연예인 강병규가 단장을 맡았던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도 응원단에 응원이 없이 그들만의 잔치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쌀 직불제에서도 벼농사를 짓는 사람이 빠졌다. 정책에 붕어가 없으니 정치인과 정권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러한 표리부동한 행위의 공동적인 특징을 보면 가지지 않은 사람, 우매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놀부 심술을 연상하게 한다. 놀부 심술부리는 것을 보면 강자에게는 심술을 부리지 못하고 약자만 골라서 심술을 부린다. 판소리 ‘흥부전’에 나오는 놀부 심술을 추려보면, 초상난 데 노래하기, 소경 옷에 똥칠하기, 곱사등이 잦혀놓기, 눈먼 봉사 개천 빠뜨리기, 수절과부 겁탈하기, 거지 보면 자루 찢기, 애 밴 계집 배통 차고, 귀먹은 이더러 욕하기, 안질 걸린 놈 고춧가루 넣기, 물동이 인 계집 입 맞추기, 불난 집 간장 퍼가기 등 온통 약자 상대다.

정책은 효율성 이외에 가지지 않은 사람과 분야에 대한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 보다 중요한 것은 가지지 않고 힘없는 사람이나 분야가 자율적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기반을 마련하지는 못할 망정 쪽박은 깨지 않는 것이다. 작금의 정책을 보면 붕어도 없으면서 황금붕어라고 외치고, 놀부 심보로 심술을 부리는 정책이 많아지고 있다. 국민을 봉으로 보고, 우매한 백성으로 보는 처사들이다. 정부와 위정자들이 붕어빵 정책만 내세우니 장사꾼들도 산채 없는 산채 비빔밥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민을 위한 붕어빵은 붕어가 없어도 허기를 채우고 먹는 즐거움을 주지만, 붕어가 없는 정책은 지역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서민의 마지막 기댈 곳을 허물어뜨리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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