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정보화 사회가 비전으로 삼고 있는 합리적인 사고 및 열린 마음과는 정 반대의 사회를 그리고 있다. 1984에서 개인은 빅 브라더의 감시도구인 텔레스크린을 통해 모든 사생활이 감시당하고 개인의 존엄성이 말살되고 소외된다.

오늘날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에 의해 오웰이 그리고 있는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발전이 완성되고 있다. 개인의 모든 사생활은 전자적인 매체에 기록되고 개인의 일상적인 활동은 CCTV에 노출되고 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CCTV에 기록되며 자동차가 지나는 주요 도로 및 고속도로를 지날 때 하이패스에 의해 운행 기록이 저장되고 전국의 도로에 있는 방법용 CCTV에 운행 기록이 실시간으로 감시당하고 있다.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하면서 내는 신용카드에 의해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구매했는지가 초 단위로 기록되고 있다. 현금을 사용하더라도 현금 영수증을 발행하면 신용카드와 동일한 기록들이 한 곳에 저장된다. 휴대전화의 위치 추적 장치에 의해 개인의 위치가 파악되고 통화 상황도 기록돼 불법 행위가 의심되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국가는 법적 절차만 밟으면 이 모든 개인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것이 휴대전화 보급률 92%,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전체 가구의 95%로 전 세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IT 강국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러한 기술이 통제되지 않고 국가에 의해 무분별하게 사용될 경우 대한민국은 오웰이 그린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정보사회는 오웰이 생각하지 못했던 PC와 인터넷 및 정보통신 기술의 변화로 국가뿐만 개인과 기업에게도 빅브라더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의 행동이 건전한 내적 자율에 의해 통제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이뤄진다면 그 것은 빅브라더의 지배와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난 주 배우 최진실씨의 자살에 이르기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유명 연예인의 자살이 네티즌의 악플(악성 댓글) 및 악성 루머의 무분별한 유포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우리의 인터넷 상의 가상공간은 사실정보보다는 가상 시나리오가 판을 짜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유포되는 가상 시나리오는 다수의 횡포에 의해 사실로 변화되고, 거짓 사실은 독화살이 돼 무고한 사람들의 가슴을 찌르고 있다. 합리적 사고와 열린 마음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돼야 할 포털 사이트는 연예인에 대한 가십 공간으로 변화되고 있고 합법적인 포르노 사이트가 되고 있다. 신뢰사회의 형성과 닫힌 마음을 열어야 할 인터넷이 다른 사람에 대한 비방과 험담이 가득한 지옥이 되고 있으며 인간에 의한 인간의 소외, 기술에 의한 인간의 소외를 확대시키고 있다.

인터넷은 법치 사회의 사법적 판단에 앞서 단세포적인 개인의 개인에 대한 심판의 장이 되고 있고 다수의 횡포와 연계돼 마녀 사냥의 사냥터가 되고 있다. 인터넷 및 통신 기술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기보다는 닫힌 마음을 가두고 다른 사람에 대한 저주의 굿판이 될 때 인터넷은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를 침해하는 빅브라더가 될 것이다. 컴맹은 단순히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고 인터넷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터넷 예절인 네티켓이 없으면 그 것도 컴맹이다. 악플에 중독돼 인터넷 공간이 저주와 개인의 존엄성을 뿌리 채 흔드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목소리로 채워질 때 IT 강국은 컴맹들에 의해 무너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발전되고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는데 가장 기여한 것이 교육에 의해 문맹을 제거한 것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진정한 지식정보사회의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보사회에 적합한 정보기술 철학과 윤리가 바탕이 되는 컴맹이 없는 사회를 육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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