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불교계가 서울광장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불교계가 함께 자리를 한 이유는 종교차별이다.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에서는 이러한 차별의 모습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심히 우려된다.

종교가 정치화되면 문제는 이성이나 논리에 의해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인류의 역사는 종교와 정치의 역사이며, 이 둘은 항상 함께했다. 즉 정치가 종교이고 종교가 정치였다.

그러나 몇몇 종교국가를 제외하곤 근대 민주주의 발생과 함께 종교와 정치 분리의 원칙에 의해 종교의 통치행위에 대해 선을 긋게 됐다.

종교와 정치 분리는 차별을 철폐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이념의 표현인 것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종교가 커다란 갈등이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몇 안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이 땅에서는 종교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러한 평화적 공존이 깨진다면 그 것은 우리 사회의 가장 커다란 병폐인 지역주의 갈등보다 더 심한 사회적 분열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의 종교는 사회의 근대화에 일익을 담당했고 한국 종교 지도자들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도 상대적으로 종교인들은 지금까지 정치화되지 않았다.

지금 우려되는 많은 것들이 정치인들이 종교화 되는 데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대선이나 총선 때만 되면 불심(佛心)을 잡고 교심(敎心)을 잡기 위해서 구두 뒤축이 닳도록 다닌다.

종교적 갈등이 가장 심한 나라 가운데 인도가 있다. 인도는 세계 4대 종교인 힌두교, 불교, 자인교, 시크교의 발상지이면서 현재는 기독교, 유대교 및 전통적인 샤머니즘이 공존하는 나라다.

인도에서 종교는 삶 그 자체다. 인도에서 종교가 없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인도의 종교 갈등은 식민지 독립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및 방글라데시로의 국가 분열을 가져왔고 일주일이 멀다하고 터지는 각종 테러의 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도 카시미르 지역에서는 힌두와 무슬림간의 갈등으로 치안이 매우 불안해서 여행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인도에서도 문제는 종교인들의 정치화보다는 정치인들의 종교화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극우 힌두이즘을 표방하는 제1야당인 BJP는 절대 다수의 힌두교 세력을 바탕으로 지방정치를 장악해 갈등의 골이 커지기도 한다.

인도의 종교적 갈등은 중국과는 달리 인도 성장에 가장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통합되고 지금과 같은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는 인도의 다원주의가 그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은 다양한 피부색, 다양한 종교, 다양한 생활 습관을 서로 인정하면서 살아간다. 같은 모임에서도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가 함께 자리를 한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다.

인도인들은 다양성이 있는 나라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종교적 갈등은 정치인들의 종교 편향에서 발생하고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부터 사회지도자들의 종교적 편향이 지속된다면 그 것은 다른 종교집단에게는 차별로 보여지고 갈등과 저항으로 대항하게 된다.

정치에서 다원주의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나 종교를 포용하지 못하면 그 것은 민주정치가 아니다. 정치가 종교와 연계되면 신정정치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종교에 대한 믿음이 강한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이 믿음이 개인의 내면세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 정권을 잡고 개인의 권력욕을 충족하기 위해 사용된다면 개인이 가지는 믿음도 무너지게 될 것이다.

학연, 지연이 평등한 민주사회 건설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나라에 신연(神緣)까지 이어진다면 우리의 정치는 학연·신연·지연이 함께하는 진짜 ‘고소영’ 정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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