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홀대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이명박 정부엔 충청은 없다’는 것이다. 이젠 홀대론을 넘어 무시론 까지 나온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핵심공약이 파기되거나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등 우려할 만한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홀대론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인 지난 4월 충남 공주에 들어서기로 했던 경호안전교육원이 백지화되면서 지역현안에 대한 사업차질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어 7월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예산(8천765억→4천169억원)이 절반이상 삼각 됐고 행정도시 축소논란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대선 당시 충청권 핵심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예산마저 삭감됐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충남도청 이전부지를 활용한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이 무산되면서 홀대론의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오죽하면 대선 핵심공약이 폐기되거나 예산이 삭감되면서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충청 홀대론이 제기될까.

민심 제대로 알기나 할까?

지난 5일 대전시와 한나라당의 당정협의회에서 김남욱 대전시의회의장은 “지역주민들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는데 뭐하고 있느냐.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받았냐고 물으면 할말이 없다”고 지역민심의 심각성을 전했다. 박성효 대전시장도 “대통령 공약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안이 없어 정부의 신뢰마저 의심받고 있다. 새만금은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는데 충청권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소외의식이 크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더 큰 문제는 국립근현대사 박물관이 무산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마저 의심받고 있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충남도청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사태의 발단은 박순자 최고위원이 이완구 지사의 현안보고를 조목조목 따지면서 시작됐다.

처음 분위기는 박 대표가 “당정협의회 목적은 충청의 민심을 듣자는 것 단 하나다. 어떻게 민심을 잃었기에 (총선) 참패의 결과를 가져왔는지 반성과 다짐을 하고 새 출발을 위해서다”라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했다. 박 대표는 “충청민심이 만족할 때까지 지역을 챙기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 지사가 “지역 민심을 담은 자료집을 제시하며 충청 홀대론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 지사는 거침없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안보고를 받은 박 최고위원이 이 지사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당정협의회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 최고위원은 “자료집에는 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 기사만 있고 한나라당은 없다. 이 지사가 이명박 정부의 충청권 홀대라고 말했는데, 이 지사도 이명박 정부를 홀대해선 안 된다”며 몰아붙였다.

결국 두 사람은 사단이 나고 말았다. 이 지사는 작심한 듯 “박 최고위원은 (지역민심 사정을) 잘 모르신다. 바로 그런 태도와 입장 때문에 한나라당이 욕을 먹는 것이다.

그런 말씀하러 이 자리에 왔느냐”고 되 받아쳤다. 이 지사는 “최고위원답게 말하시라”라고 쏘아붙이면서 분위기는 어색하기까지 했다. 박 대표가 나서지 않았다면 더 험한 말이 오갈 상황이었다.

이들은 충청 홀대론을 잠재우기커녕 혹을 떼려다 붙이고 간 것을 보면 당이 충청 민심을 너무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날 당정협의회는 말이 민심탐방이지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가 권한행사를 하러온 느낌이었다. 적어도 박 최고위원 말을 듣고 보면 그렇다. 마치 지난 총선에서 한 석(대전·충남)도 건지지 못한 것에 대한 책망처럼 들렸다.

아직도 당 지도부가 충청 민심 이반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발언이 나 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충청권 광역단체장들이 야당에 전방위로 포위된 문제는 고려치 않았다.

이날 분위기는 두 단체장의 쓴소리가 마치 차기 시장·도지사 선거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만약 당 지도부가 그런 시각으로 충청권을 본다면 한참 잘못 됐다.

제 역할 못하는 지도자들

충청권 24석 중 유일한 한나라당 소속인 송광호 의원도 충청 홀대론을 누그러뜨리는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충청지역의 여론을 가감 없이 당에 전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과연 제몫을 다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우택 지사 역시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세 광역단체장 중 목소리가 가장 작다. 당과 정부가 충청의 민심을 반전시킬 수 있는 나름의 역할을 할 때가 도래했다.

정 지사는 한나라당과 정부가 충청권의 대선 핵심공약을 철저하게 이행하되 안되면 그 이유를 정확히 밝히도록 촉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지사처럼 거침없는 표현이 난무할 수밖에 없고, 민심 이반 현상은 극에 달할 것이고, 결국 그 부메랑은 세 광역단체장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도 민심을 파악하려면 제대로 하라. 그래야 정확한 처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충청지역 주민들은 당과 정부의 처방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홀대론에 그칠 물렁한 충청도가 더 이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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