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우리의 공휴일은 65일, 주 5일제를 포함해 쉬는 날이 115일이다. 1년 중 3분의 1이 휴일이다.

정부는 이러한 휴일이 많다고 공휴일을 줄였고 청와대도 정부 출범 이후 5개월간 토요 휴무제를 폐지했었지만, 다시 토요 휴무를 실시한다고 공표했다.

정부 출범 이후 1주일에 하루도 쉬지 않고 근무해 온 직원들의 누적된 피로를 감안한 것이라고 한다.

휴일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일을 쉬고 노는 날’로 돼 있다. 이러한 휴일을 제외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것을 휴가라 한다. 우리의 휴가는 여름에 몰려 있고, 그 기간도 1주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휴가를 받은 사람들에 있어서 휴가는 일상보다 더 바쁜 시기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 안가는 게 더 편하고, 집에서 세수 대야에 발 담그고 수박 까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7월 말만 되면 마음부터 바빠지게 된다.

그리고 두세 시간이면 갈 길을 10시간씩 가고, 몇 십만이 모였다는 해변에 가서 사람 구경하고 와서 한해의 휴가를 마무리 한다.

언제부터 우리의 여름휴가를 바캉스(vacance)라고 부른다. 바캉스는 휴가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이러한 바캉스는 산업사회의 틀에서 벗어나서 근로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재충전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바캉스와 같은 어원을 가진 영어의 vacancy는 공허, 빈, 공석, 멍한 상태 등을 의미한다. 바로 휴가란 비우는 것을 의미하는 데 우리에 있어서 휴가는 채워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자동차에 기름 채우고, 트렁크에 먹을거리, 입을 거리를 채우고, 휴대전화 배터리를 채워야 휴가를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휴가는 집을 떠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영어로 휴가를 위한 집을 vacation home(별장) 이라고 한다. 뜻대로 하면 비어 있는 집이 된다.

우리에 있어서 별장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닌 채워 있는 곳이다. 스웨덴과 같은 북구의 경우 휴일이나 휴가를 위해 가지고 있는 시골의 별장에는 전기도 없고, 수돗물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도시의 가진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산업사회의 물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나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국가의 대부분 도시인들은 시골에 다차라는 별장을 가지고 있어서 휴일이나 휴가를 이 곳에서 보낸다.

다차는 대부분 도시 주변에 작은 통나무집으로 돼 있고 텃밭이 딸려 있어서 이 곳에서 일용할 양식을 마련한다.

돈을 쓰기 위해서 가는 우리의 휴가와는 달리 생산적인 휴가다. 이렇게 다차 문화가 일반화된 것은 옛 러시아 정권이 도시민에게 조그만 텃밭과 집터를 나눠준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우리의 산업사회적인 경제성장은 외국자본과 근면한 근로자들이 휴일과 휴가 없이 일한 대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산업사회적인 전통에서는 육체적인 피로를 줄이기 위한 휴일이나 휴가가 중요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 사회로 넘어오면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정보와 지식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와 지식은 창의적인 사고에서 나오고 창의성은 기존의 상식과 지식을 비워야 창출될 수 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육체적 피로를 줄이는 휴일보다는 정신적 재충전을 위한 휴가가 더욱 중요하다. 이에 맞춰 우리의 휴가문화와 정책도 변해야 할 것 같다.

집을 떠나는 휴가, 채우는 휴가, 놀고 쉬는 휴가가 아닌 머무는 휴가, 비우는 휴가, 생산적인 휴가가 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휴일을 줄이고 휴가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주 5일제가 되면서 정부는 한동안 ‘오도이촌(五都二村)’의 레저문화를 육성하겠다고 했다. 주 5일은 도시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은 농촌에서 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전국에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다차 문화와 같이 체험이 아닌 삶의 문화와 머무는 휴가가 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시골이 공동화되면서 빈집과 경작하지 않지 않는 땅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다차 형태의 별장으로 분양하는 정책을 시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