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사용하던 청와대 ‘e-지원’ 시스템을 사저로 갖고 간 것과 관련해 정치적인 공방이 오가고 있다.

한 쪽은 “내가 재임 시절에 한 일에 대해 내가 관리하고 보겠다는 데 무엇이 문제인갚라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편에서는 “불법적 행위”라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의 자료 반환 요구에 대해 “(대통령기록관에 접속할 수 있는) 전용선 서비스를 해주면 돌려주겠다”고 하고 전용선 서비스에 필요한 돈(월 250만원)을 주거나 비서 3명에게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비밀취급 인가를 달라고 한다.

국가 통치기록물의 관리를 보면 우리 현대사의 기록물 관리는 조선시대보다 뒤처지는 관습을 갖고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모든 중요한 통치기록이 사관에 의해 실록으로 기록되고 보관돼서 후세 정치에 참고가 됐다.

그러나 우리 현대사의 통치 기록들은 정권이 바뀌게 되면 사라졌고 개인적인 기억에 의해 하나의 비사처럼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 재산인 역사가 집권자들의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폐기되거나 개인의 전유물로 보관되다가 사라졌다.

이러한 관습은 아직도 잔존해 정권이 바뀌자 지난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 인터넷 사이트 자료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비록 국가기록원의 대통령기록관에서 볼 수 있게 한다고 하지만 일반 국민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지자체의 경우에도 단체장이 바뀌면 이전 단체장 사진 한 장만 남겨두고 많은 자료들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이는 국민의 정보권을 무시하는 행태다.

정권이 바뀌고 기관장이 바뀌더라도 기존의 정보들을 볼 수 있고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식 정보화 사회에 필요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부분적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만들어 관리 체계화를 추구했다. 그런데 법의 기본 이념을 지금 노 전 대통령이 훼손시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가지고 간 e-지원 시스템은 나라 돈으로 만든 것이다. 이를 개인이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공직자의 기본적인 윤리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전통적인 관료 부패나 저발전 국가의 관료행태로 사인주의(私人主義)를 지적한다. 사인주의는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라 돈으로 개발하고 구축한 e-지원 시스템을 개인의 정치적 활동이나 자서전 집필에 활용하겠다고 사저에 가지고 가는 것은 전 근대적 사인주의의 발로일 뿐이며 공직자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의무인 비밀 준수의 의무를 위배한 것이다.

공직을 맡은 사람은 자기 자신을 국유재산이라고 여겨야만 한다. 공직을 수행하면서 행했던 일은 공적인 것으로 개인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공직자 윤리법은 공직자가 재임 기간 중에 받은 선물까지도 국가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정보는 이러한 선물보다 더 중요한 국가와 국민의 재산이다.

통치자로 청와대 시절 생성된 정보는 통치자 및 집단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국민의 것이다.

정책결정과정에서 생성된 메모 한 장, 비망록 한 쪽이라도 나라의 것이고 국민의 소유로 관리되고 보관돼야 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의해 일정한 기간 동안 전 대통령 만이 볼 수 있는 자료라 하더라도 그 것은 노 전 대통령 개인 것이 아닌 국민의 것이다.

이 국민의 정보를 국민의 세금으로 월 250만원씩 하는 전용선 서비스로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그 많은 정보를 개인의 사저로 가지고 간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통치에 개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지고 갔다면 그것은 더욱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정부의 모든 정보자산이 개인 것이 아닌 나라의 것이 돼야 하는 것은 정보사회에서 국가정보관리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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