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든 언론의 핫 이슈는 유가폭등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가 소고기 수입문제와 촛불집회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엇갈리던 와중에도 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우리 경제를 난타했다. 이제는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모적이고 대립적인 국면에서 벗어나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에 관해 정부나 국민들이 인식을 같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도 며칠 전 총리를 비롯한 관계장관 전원이 국민 앞에 나와 ‘초고유가 대응 에너지 절약대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이번 15일부터 공공부문 승용차 홀짝제를 시행하고 관용차의 경차 혹은 하이브리드 차로 교체하는 한편 그 운행도 줄일 테니 국민들도 동참하라는 것이었다.

유가가 150달러가 넘으면 비상 경제체제에 돌입해 민간부문의 승용차 홀짝제, 가로등 운용시간 단축 등도 실시할 계획이란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정부의 이러한 대책에 수긍이 가면서도 그 내용과 시기 등을 생각하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왜 지금 와서야 이러한 대책을 내놓아야 했는지 의문이다. 언론은 ‘3차 오일쇼크’란 표현을 쓰고 있다. 과연 지금의 상황이 ‘쇼크’일까. 1차와 2차 오일쇼크는 문자 그대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에 의해 불시에 촉발된 면이 있고 그 타격 또한 단기간에 진정됐다.

반면 이번 유가파동은 2002년부터 지속적이고 추세적으로 진행돼 왔다. 일부 투기자금의 영향도 있지만 구조적인 면이 더 크다.

중국 등 거대 개도국들의 경제발전으로 추가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반해 그간 유정개발, 정유시설 개·보수 지연 등으로 공급은 제한돼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은 일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충분히 예견된 것으로 ‘쇼크’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상황이 이런 데도 가뜩이나 내수부진과 사회적 혼란 등으로 국민생활이 어려운 지금에 와서야 유가대책을 발표한 것은 문제를 키워 해법을 더욱 어렵게 한 것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유가대책 내용 또한 유감이다. 이번 유가대책은 마치 1, 2차 오일쇼크 때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듯하다. 20여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건만 정부의 유가대책이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우리 유류도입의 상당부분이 수출용이고 내수용도 대부분 산업용이다. 자동차 운행용의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리고 지금부터 홀짝제를 시행한다고 할 때, 만일 유가가 200달러를 넘어선다면 그 다음 대책은 또 무엇일까.

오를 대로 오른 기름값 때문에 이미 상당수의 국민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홀짝제 등을 강제하면 정책효과는커녕 국민고통만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산업계도 에너지 절약대책을 앞 다퉈 발표하고 있다. 꼭 유가가 이렇게 높아져야만 에너지 절약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원유를 전량 도입해야 하고 그것도 두 번씩이나 유가파동을 겪은 경제에서 말이다. 일본도 우리처럼 원유 도입국이다. 지금 일본경제는 태양전지, 하이브리드카 등 에너지 관련산업의 호황으로 유가파동의 파고를 넘고 있다.

우리는 이제야 에너지 절약, 에너지 효율을 찾고 있다. 유가수준이나 유류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에너지는 항상 절약, 혹은 그 사용을 효율화해야 하는 대상이다. 환경을 위해서도 그렇다.

지금부터라도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에너지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 대책에는 에너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킴은 물론 일본과 같이 유가파동이 오면 웃을 수 있는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포함돼야 한다. 일시적으로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유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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